이세돌의 끝없는'삼십육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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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제4보 (73~100)=백의 칼 끝이 흑대마의 목젖에 닿아있다. 적어도 이 바둑을 구경하는 사람들의 눈엔 흑대마의 운명이 그만큼 위태롭게 느껴진다. 73부터 李3단은 비로소 타개에 나선다.'대마불사'라는 격언을 신조로 여기는 사람처럼 느긋한 태도다.

흑83. 李3단은 목숨이 경각인 순간에도 날카롭게 몇집을 챙기고 있다. 이수에 자극을 받은 탓일까.

曺9단은 흑대마의 눈(眼)을 캐버리듯 86자리에 쭉 뻗었다. 87쪽에 유일한 퇴로가 있긴 하지만 그쪽도 백이 강한 곳. 曺9단은 흑대마를 종일토록 몰고다닐 심산이다. 87에 '참고도1'처럼 끊는 것은 흑2의 붙임이 성립돼 흑8까지 수습하게 된다.

하지만 86은 '참고도2' 백1로 외곽을 봉쇄해 안에서 어떻게 사는지 보는 것이 좀더 유력한 수법이었다.

흑의 최선은 2로 치받아 4,6으로 두는 수. 그러나 A의 꽃놀이 패를 결행할 경우 흑의 수습책이 어렵다.

실전도 물론 흑이 괴롭다. 탈출은 했지만 연결은 불가능하다. 돌을 살리는 재주가 비상한 李3단의 수습책이 과연 무엇일까 모두 흥미롭게 기다리고 있었다.

박치문 전문기자

협찬:삼성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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