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안팎서 '非그룹' 꿈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로는 올 연말의 대선을 치를 수 없다는 이른바 '비노(非盧)'그룹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정치권에 정계개편의 회오리를 예고하는 8·8 재·보궐선거를 코앞에 두고서다.

이런 움직임은 민주당뿐 아니라 이한동(李漢東) 전 총리, 박근혜(朴槿惠)한국미래연합 대표 등 외부 인물들에게서도 감지되고 있다. 딱 떨어지는 틀이 짜이지는 않았지만 반(反)이회창-비(非)노무현이라는 방향에서 일치점을 보이고 있다.

◇"서로 각자의 갈 길과 할 일이 있다"=민주당 김중권(金重權) 전 대표와 이인제(仁濟)의원은 19일 빗속에서 골프 회동을 했다. 이희규 의원과 이강희·김인영·서정화 전 의원 등 측근들도 동행했다.

두 사람은 민주당과 후보에 대한 '우려와 성토의 공감대'를 나눴다. 의원은 "노무현, 그분에겐 그분의 길이 있고, 우리도 나라와 당의 발전을 위해 해야 할 일이 있다"며 결별을 예고하는 듯한 발언도 했다.

그는 또 "리더십의 붕괴로 국가가 표류하고 있다. 배는 항로를 잘못 잡아도 계속 가면 괜찮지만 표류할 때가 가장 위험하다"면서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왕적 대통령제가 국가 표류의 원인이니 권력 분산을 위해 개헌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金전대표도 "(盧후보나 당에 대해)걱정스러운 대목이 너무 많다"면서 "우리가 눈감을 순 없고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정인의 권력집중을 막아야 한다"면서 개헌론에도 공감을 표시했다.

이에 앞서 金전대표는 18일 대구·경북지역 지구당 위원장들과 골프 모임을 가졌다.

같은 날 의원의 최측근인 원유철(元裕哲)의원도 후보경선 과정에서 의원을 지지했던 민주당 의원 7명과 운동을 하며 결속을 다졌다.

민주당 비주류의 중진의원은 "물이 끓기 시작했다.

8·8 재·보궐선거가 끝나면 민주당 상황은 전혀 달라질 것"이라고 예고했다.

◇바깥쪽 변화도 있다=당 외부 인사들의 발언도 점차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

박근혜 대표는 18일 한 인터넷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8·8 재·보선 이후 정계개편 가능성이 크며 뜻이 맞으면 민주당 내 인사들과도 같이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현재는 양당구도지만 불안정하며, 국민은 제3세력을 원하고 있다"면서 "나는 대선에 출마한다고 밝힌 적이 없다"고 말해 다른 후보를 지원할 수도 있음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민주당 후보는 정책과 생각이 현실과 동떨어져 국민이 불안해하고, 게이트 영향도 있겠지만 후보의 자질 때문에 지지율이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이한동 전 총리도 19일 "현행 헌법의 결점인 권력 집중은 반드시 고쳐야 하고 권력구조 개편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제3후보론에 대해 "정국이 변화해 가는 과정에 하나의 가능성으로 이해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朴대표와 전총리는 민주당 재경선에 참여하는 데는 부정적이어서 신당 창당에 무게를 싣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김종혁·서승욱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