캥거루는 온난화 파수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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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0면

'캥거루는 지구 온난화를 막아 줄 구세주'-.

호주 퀸즐랜드의 과학자들이 캥거루의 위 속에 있는 박테리아를 이용해 가축이 메탄 가스를 내뿜지 않도록 하는 연구에 골몰하고 있다.

메탄 가스는 사람과 가축이 풀을 소화시킬 때 발생해 배설물에 섞여 배출된다. 방귀의 주성분도 메탄 가스다. 문제는 메탄 가스가 이산화탄소보다 온실효과가 20배나 높다는 것. 때문에 양과 소를 많이 기르는 호주·뉴질랜드 등은 메탄 가스 처리 문제로 골치를 앓아 왔다. 뉴질랜드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의 50%가 메탄이다.

이런 가운데 과학자들이 캥거루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똑같은 풀을 먹는데도 캥거루는 메탄 가스를 전혀 내뿜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 퀸즐랜드 식품섬유 연구소의 아톨 클레이비 박사는 "캥거루의 소화를 돕는 특수한 박테리아가 메탄을 없애주는 것"이라며 "지금까지 캥거루 위 속에 사는 40종류의 박테리아를 찾아냈으며, 이중 어떤 것이 메탄을 제거하는지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캥거루 몸 속에 사는 박테리아가 다른 가축에서도 살 수 있었다면 아직까지 옮겨가지 않았을 리 없다는 점을 들어, 박테리아를 발견하더라도 소나 양의 위 속에서 살게 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비관론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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