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만이 살길… 빚없이 정리 그나마 다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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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아남반도체를 동부그룹에 매각한 것은 두 회사를 위한 최선의 방법이었으며, 한국 반도체 산업에도 의미있는 일이다."

국내 최초의 반도체 기업인 아남반도체를 매각한 암코테크놀로지 김주진(67·사진)회장은 지난 16일 미국 필라델피아에 있는 암코 본사에서 기자를 만나 이같이 말하고 앞으로 동부측에 최대한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아남반도체를 왜 동부에 팔았나.

"핵심 거래선인 TI사가 내년부터 0.13미크론 회로기술을 적용한 제품을 만들어달라고 했지만 설비투자비 6억~7억달러를 구하기 힘들었다. 이때문에 매각만이 아남이 살 길이라고 생각했고 백방으로 알아보던 중 동부그룹과 연결됐다. TI는 동부와 합병해도 기술이전을 해주겠다고 약속했다. 동부 입장에서도 0.18미크론 라인을 투자하지 않고 곧바로 0.13미크론 이하의 차세대 라인에 투자할 수 있어 모두에 윈-윈이 되는 합병이었다."

-매각 대금은 어디에 쓸 것인가.

"1천1백40억원 정도가 들어왔는데 암코의 부채를 줄이는 데 사용할 것이다."

-창업주인 부친 김향수 명예회장과는 상의했나.

"말씀드렸다. 올해 아흔이신 부친께서는 가슴 아파 하시면서도 애써 '지금까지 건강히 살았으면 됐지'하셨다. 아버님이 세운 회사를 이렇게 한 게 안타깝지만 그나마 빚을 남기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필라델피아=신중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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