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보선 공천 상처투성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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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8·8 국회의원 재·보선 공천 후유증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후유증은 특히 민주당 쪽이 크다. 일부 탈락자들은 탈당 또는 무소속 출마도 강행할 태세다. 한나라당에 비해 당 지지도가 낮은 민주당으로서는 엎친 데 덮친 격이다.

◇민주당=서울 금천은 진통 끝에 이목희(穆熙)씨가 공천됐지만 이 곳에서 출마하려던 김중권(金重權)전 대표가 노무현(武鉉)대통령후보와 완전히 등을 돌리는 사태가 빚어졌다. 8·8 재·보선 특별대책위원회 김근태 위원장이 지난 16일 金전대표를 만나 출마를 다시 권유했으나 거절당했다. 金전대표와 가까운 장성민(張誠珉)금천지구당위원장이 "차라리 후보가 출마해 정면승부를 하라"고 성명을 내는 등 복잡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당 관계자는 "씨가 지역 노조 등의 전폭적 지원에 힘입어 공천되긴 했지만 金전대표에 비해 무게감이 떨어진다"며 "낙천자들의 무소속 출마를 막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유인태(寅泰)전 의원이 공천을 따낸 서울 종로의 경우 탈락한 정흥진(鄭興鎭)전 구청장의 무소속 출마설이 공공연히 나돈다. 또 지구당위원장직을 내놓으면서 정은섭(鄭銀燮)변호사를 후임으로 추천했던 이종찬(鍾贊)전 의원 측도 불쾌감을 표시하고 있다.

경기 하남도 탈락한 손영채(孫永彩)전 시장의 지지자들이 여의도 당사로 몰려가 시위를 하는 등 반발이 거세다. 孫전시장 역시 무소속 출마가 예상된다.

강봉균(康奉均)전 재경부 장관이 공천된 전북 군산은 함운경(咸雲炅)전 서울대 삼민투위원장이 공천에 반발, 무소속 출마를 예고하고 있다.

康전장관은 최근 한 인터넷 신문에 "아들을 공익요원으로 빼기 위해 병무청 직원에게 1천만원을 줬다"고 보도돼 곤욕을 치르고 있다. 康전장관은 "9년 전의 일인데 그게 사실이라면 그 뒤 장관급 자리에 네번이나 임명될 수 있었겠느냐"면서 "경합자에 의한 무책임한 음해"라고 반박했다.

광주 북갑은 진통 끝에 당 중진인 김상현(金相賢)상임고문이 공천됐지만 재력과 지역기반이 탄탄한 지대섭(池大燮)전 의원, 인지도가 있는 박석무(朴錫武)전 의원 등이 쉽게 승복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나라당=종로 공천에서 탈락한 박계동(朴啓東)전 의원은 16일 "박진(朴振)전 청와대 비서관을 공천한 객관적 기준과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면 당사 앞에서 농성하겠다"고 당 지도부를 비난했다.

서울 영등포을에서 탈락한 이신범(信範)전 의원도 "이회창(會昌)대통령후보 측근들이 공천을 좌지우지, 당이 1인 지배체제로 회귀했다"고 반발했다.

그러나 낙천자들이 무소속 출마를 강행할 것 같지는 않다.

나현철·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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