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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용 배아복제 연구 허용해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배아복제 연구를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지 향배를 가늠할 보건복지부의 생명윤리법 시안이 최근 발표됐다. 예상대로 냉동 수정란을 제외한 어떠한 배아복제 연구도 일절 금지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과학보다 윤리의 손을 들어준 이번 시안에 대해 종교계와 시민단체는 대체로 환영의 입장을 보이는 반면 생명공학계나 의료계에선 불만의 목소리가 크다. 이번 시안대로라면 체세포 복제기술 등 치료용 배아복제 연구가 전면 중단될 위기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이에 우리는 배아복제 연구에 대해 좀더 열린 마음으로 접근해주길 촉구하는 바다. 이유는 생명이 경각에 달린 수만명의 난치병 환자들 때문이다. 배아에서 만들어낸 줄기세포는 거부반응이 없는 각종 장기들을 대량 생산해 낼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다. 게다가 배아관련 국내 기술수준은 세계적으로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영국이 이미 발빠르게 배아복제 연구를 허용했으며 미국과 일본도 허용 쪽에 무게중심을 둔 법안을 마련 중이다. 그러나 이번 시안으로 배아연구가 위축돼 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가 지연될 경우 해마다 수만명의 난치병 환자들이 숨져야 한다.

차제에 배아에 대한 정확한 개념 정립도 필요하다. 종교계는 수정 14일 이전의 배아를 생명의 씨앗으로 보는 반면 과학계는 영혼이 없는 세포 덩어리로 보고 있다. 그러나 배아가 생명이라면 해마다 수만개씩 불임부부들이 만들어냈다가 폐기하는 냉동 수정란도 법적으로 금지해야 옳다. 아울러 배아보다 훨씬 생명체에 가까운 태아도 유전병 등 제한된 조건에선 낙태를 허용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개체복제나 종간교배에 대해선 분명 반대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그러나 난치병 치료를 위한 배아복제 연구는 허용돼야 한다. 배아의 권리보다 더욱 중요한 것이 난치병 환자들의 권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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