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시론

실험실 개구리로 만들지 마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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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진보 성향 교육감들은 선심성 포퓰리즘과 보수 세력의 분열로 당선됐다. 하지만 그 자체가 민주주의다. 민주주의는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발전해 가기 때문에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진보 성향 교육감들의 공약대로 저소득층에 주는 무상급식을 전체 학생에게 확대하려면 1조6000억원이 더 든다. 재원 조달을 어떻게 할지 걱정하지 말자. 공약을 내건 사람들이 알아서 할 것 아닌가. 학생인권조례안 제정과 강제 야간자율학습 폐지도 장단점이 다 있다. 옛날에 통행금지를 해제할 때도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너무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집회결사의 자유는 교육감들이 알아서 제한하지 않겠나. 그리고 고교평준화 확대와 외국어고·자율고 규제도 수월(秀越)교육 반대로만 규정지을 필요가 없다. 대신 모든 학교에 우수 학급을 편성해 운영하면 대안이 될 수도 있다. 학생들의 학력평가와 교원평가 반대도 평가 목적을 학생들의 학력 신장과 교원들의 자질과 능력 개발 쪽으로 접근하면 해결 가능한 사항들이다.

다른 얘기이지만 이번 남아공 월드컵에서 북한 팀은 브라질과 경기에서 선전(善戰)했는데 알고 보니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보이지 않는 휴대전화로 작전을 직접 지시한 결과라고 한다. 북한은 국가의 최고지도자가 축구 감독 역할까지 하는가 보다. 우리나라도 대통령이나 교과부 장관·차관 한 사람 바뀔 때마다 새 정책을 도입해서는 안 된다. 미국에서, 그것도 일부 학교나 지역에서 실시한 대학입학사정관제, 학교장공모제, 교원평가에 따른 교장·교원 문책 인사 등을 기초 여건이나 정서가 다른 우리나라에 천편일률적으로 적용하려는 사고부터 바꿔야 한다. 교육감에 당선됐다고 해 관내 모든 학교와 학생을 내 마음대로 실험실의 청개구리처럼 이렇게도 해 보고 저렇게도 해 봐도 되는 실험 대상으로 생각하지 말길 바란다.

교육정책을 어떤 방향으로 바꿔 실시하든 개의치 않겠다. 다만 앞으로 국가와 민족을 이끌어 갈 상위 20%의 각 분야 인재를 어떻게 육성할 것인지, 하위 20% 정도의 소외 계층 교육을 어떻게 할 것인지, 나머지 60%의 보통 학생들에 대해 인성 교육과 창의력 신장 교육을 어떻게 해서 글로벌 시대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할 것인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인 학급당 학생 수를 대폭 줄여 밀도 있는 교육을 어떻게 실시할 것인지, 한 발 더 나아가 고등학교까지 무상교육을 실시할 방안 등 좀 더 우리나라 교육의 기본적인 문제 해결에 진력해 주길 바란다.

특히 감수성이 예민한 학생들에게 주관적인 특정의 종교 신앙이나 정치 이념을 주입시키려는 시도는 어떤 경우에도 용납해서는 안 될 것이다. 국가 백년대계인 교육을 정치와 종교에 이용하지 말기를 간절히 바란다. 많은 국민이 진보 성향 교육감들의 출현을 우려하는 진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고 본다.

김문원 공주대 교수·미래교육시민포럼 상임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