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찰 파동’ 부른 과잉 충성심부터 경계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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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사찰 사건은 공직사회의 부패와 비리 감시라는 조직의 본분을 망각하고 멋대로 권한을 남용하다 빚어진 불상사로 요약할 수 있다. ‘촛불사태’ 직후인 2008년 7월 총리실 산하에 설치된 지원관실은 공직사회에서 ‘암행감찰반’ ‘저승사자’로 불렸다. 마구잡이식 미행 등의 사찰(査察) 방식에 대해서는 오래전부터 공직사회 내부에서 문제 제기가 있었지만 무슨 연유인지 고쳐지지 않았다. 암행감찰을 통해 문제를 적발하고도 선심 쓰듯 없던 일로 눈감아 주는 위세를 과시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래서 ‘영포(영일·포항) 라인’이라는 특정 지역 인맥으로 얽힌 비선(秘線) 조직이 작동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오죽하면 “총리실도, 청와대 민정수석실도 손 못 댄다”는 말이 나왔겠는가. 검찰은 지휘·보고 체계를 뛰어넘는 비선 라인 개입 의혹 등 불법 사찰의 실체를 밝혀내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총리실이 어제 발표한 지원관실 개선 방안에는 재발을 막으려는 고민과 노력이 담겨 있다고 본다. ‘공직복무관리관실’로 명칭을 바꾸고 명확한 지휘·보고 체계 수립, 탈법 방지를 위한 업무 매뉴얼 정비, 지역 안배 등 인사시스템 개혁을 주된 내용으로 하고 있다. 지원관실의 활동 범위를 ‘공직사회’라고만 애매하게 규정한 현 대통령령을 구체적으로 손질하고, 지역 편중 인사를 시정하겠다는 것이다.

공직사회의 이완을 막고 긴장감을 불어넣기 위해서는 감시기구가 필요하다. 그렇다고 정치적 목적으로 공무원들을 장악하려는 무소불위(無所不爲)의 기구로 변질되도록 방치해선 안 된다. 비리와 부정을 차단하는 감시와 감찰은 법이 정한 테두리 안에서 합법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모든 제도의 성패는 운영하는 사람의 의지에 달려 있다. 아무리 제도가 완벽하더라도 연줄과 인맥에 기대 호가호위(狐假虎威)하려는 세력과 집단은 있기 마련이다. 과잉 충성심에 젖어 있는 ‘어설픈 사람들’은 돌출행동을 마다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과거 경험은 말해주고 있다. 이런 빗나간 행태를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는 권력의 단호함은 그래서 더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