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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임부부 고통 외면"비판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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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보건복지부가 15일 발표한 생명윤리법 시안의 핵심은 그동안 논란을 빚어왔던 체세포 핵이식 금지를 분명히 하고 정자·난자 매매를 금지한 점이다.

이번 시안이 생명윤리와 과학발전을 함께 고려했다고 하지만 생명공학계가 반발하고 있고,난자를 구하기 힘들어져 불임부부들의 고통이 커질 수 있다는 비판도 있다.

이 안은 앞으로 과학기술부가 마련한 '줄기세포 연구 등에 관한 법률'과 조정 절차를 남겨두고 있지만 과기부도 체세포 복제에는 반대 입장이어서 정부안의 기본 골격은 확정된 것이나 다름없다.

복지부는 체세포 복제 금지에 대한 반대의견을 감안해 3년 이내에 이 문제를 재검토할 수 있는 일몰규정을 시안에 담았다.

◇배아복제 금지 논란=줄기(幹)세포를 만드는 방식은 ▶체세포 핵이식(배아복제)▶냉동 잉여배아 이용▶성체(成體)에서 곧바로 줄기세포를 만드는 것 등 세가지다.복지부 시안은 이중 배아복제 방식만 금지했다.

이번 시안을 만든 보건사회연구원 이의경 연구위원은 "잉여배아나 동물간 배아복제로도 줄기세포 연구가 충분할 뿐더러 배아복제를 허용하면 호기심 많은 과학자들이 배아를 자궁에 착상시켜 복제 인간을 만들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배아복제를 금지했다"고 말했다.

참여연대 시민과학센터 김환석 소장은 "배아복제는 전세계적으로 윤리적인 문제 때문에 허용하는 데가 영국밖에 없다"면서 "잉여 배아로 줄기세포 연구가 가능한 만큼 배아복제를 금지한 것은 적절하다"고 말했다.

반면 복제 소 '영롱이'를 탄생시켰던 서울대 수의학과 황우석 교수는 "배아복제를 명문으로 금지한 나라는 없으며 금지하면 세계 과학의 흐름에 뒤질 수밖에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잉여배아에서 얻은 장기를 이식하면 거부반응이 없을 확률이 10만분의1이지만 배아복제에서 얻은 장기는 본인 것과 다름없어 거부반응이 없고, 성체 줄기세포 역시 세포증식이 잘 안돼 배양이 힘들다"면서 "이번 시안이 중질환자의 희망을 꺾었다"고 주장했다.

종교계는 잉여배아 연구를 허용한 것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한국천주교주교회 생명윤리연구회 관계자는 "가톨릭계는 정자와 난자의 수정 자체를 생명으로 보기 때문에 잔여 배아를 연구하는 것은 생명을 파괴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정자·난자 매매금지 파장=현재 정자는 10만~20만원에 대학생 등 젊은 남자들이 제공하고 있고 난자는 4백만원에 거래된다. 난자는 전문중개업소가 연간 1백건 이상 거래하고 있다.

문제는 매매를 금지하면 난자를 구하기 힘들어진다는 것이다. 난자를 적출하기 위해서는 열흘 이상 병원신세를 져야 하기 때문에 친인척에게서 무상 제공받기가 쉽지 않다.

차병원 여성의학연구소 남윤성 과장은 "난자 매매를 금하면 음성적인 거래를 부추겨 비용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복지부 권준욱 보건의료정책과장은 "정자·난자를 사고 파는 게 생명윤리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적 여론에 따라 금지한 것"이라면서 "교통비 등의 실비는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용어 해설

▶배아(胚芽)=생명의 씨앗. 정자와 난자가 수정한 지 14일이 지나지 않아 장기가 형성되지 않은 것이다. 가톨릭계는 인간으로 간주하는 반면 세포 덩어리라는 주장도 있다.

▶줄기세포=배아가 분열을 거듭해 생긴 세포. 특정 인체 장기로 분화·발달한다. 줄기세포를 이용하면 장기를 대량 생산할 수 있다.

▶체세포 핵이식=핵을 제거한 난자에다 사람의 귀 등에서 추출한 핵을 융합해 배아를 만드는 행위. 배아복제라고도 한다. 배아를 자궁에 착상하면 복제인간이 만들어진다.

▶성체 줄기세포=사람의 골수 등에서 줄기세포를 만들 수도 있다. 배아단계를 거치지 않아 윤리적 비판이 없다.

신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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