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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아시아 관문' 싱가포르:"비즈니스 환경 세계 최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3면

'아시아의 관문' 싱가포르가 다시 뛴다. 동남아의 물류 및 비즈니스의 중심을 자처해온 싱가포르가 이제는 전 아시아의 비즈니스 센터를 목표로 재도약에 나섰다. '7시간 비행거리 안에 있는 28억의 아시아 인구'가 싱가포르가 노리는 배후시장이다. 싱가포르는 이를 아시아경제권의 중심으로 떠오르는 중국 푸둥과 전통적인 비즈니스 허브의 경쟁자 홍콩과 겨뤄 살아남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항만시설을 새로 정비하고, 첨단 산업단지를 건설해 싼 값에 분양한다. 고위 공무원들이 해외로 직접 나가 외국기업을 상대로 싱가포르 진출을 설득한다. 자원도 없는 좁은 땅에서 21세기 아시아 비즈니스 중심국가의 지위를 차지하기 위한 '주식회사 싱가포르'의 몸부림을 현지취재로 알아본다.

싱가포르 시내 중심가 노스 브리지 로드의 래플스 시티 타워.

한국의 쌍용건설이 시공해 리콴유(李光耀) 전 총리의 찬사를 받았던 이 건물에는 싱가포르 외자유치의 사령탑격인 경제개발청(EDB)이 자리잡고 있다. 그 EDB가 요즘 긴장감에 휩싸였다.

싱가포르에 아시아 지역본부를 두었던 다국적 기업들이 기지를 옮길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필립스가 아시아 지역본부를 홍콩으로 옮기기로 한 데 이어 세계 2위 해운사인 에버그린(대만)도 부두이용료 등 싼 요율을 찾아 말레이시아로의 이전을 결정했다.

EDB의 앤 코 기업지원부장은 이런 위기감을 굳이 숨기지 않았다. 다만 "싱가포르는 새로운 비즈니스 유치로 위기를 극복하고 있다"며 싱가포르의 재도약을 강조한다.

싱가포르가 역점을 두고 있는 새로운 비즈니스란 바로 바이오(생명공학)산업과 정보기술(IT)산업이다. 중국으로 저임금 제조기반을 내주고 첨단기술의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외자 유치의 방향을 틀었다. 벌써 글락소·파이저·아스트라 등 세계적 제약업체의 유치에 성공했다. 싱가포르 정부는 지난해부터 시내 요충지에 쇼핑·레저·휴식공간까지 갖춘 바이오메디컬분야와 정보통신 등 첨단산업용 복합단지를 건설 중이다. '원-노스(one-north)'라는 이 프로젝트는 앞으로 15년간 약 1백50억 싱가포르달러(약 10조원)가 투입되는 초대형 사업이다.

최근 위기감을 느낀다고는 하지만 싱가포르의 비즈니스 환경은 여전히 세계 최고수준이다.

싱가포르에서 활동하는 외국기업만 6천여개로 이들은 싱가포르 고용의 52%, 국내총생산(GDP)의 35%를 차지한다.적극적이고 깨끗한 공무원은 이같은 경쟁력의 보이지 않는 원천이다.

"야간공사를 못한다는 규정 때문에 정부 발주공사가 늦어지자 장관이 직접 나서서 예외를 인정해 공기를 지켰다."(싱가포르 삼성건설 신용섭 부장)

공무원의 투명성은 장관급의 연봉이 1백만 싱가포르 달러(7억원)를 넘을 정도로 대접을 해주는 '당근'과 부패행위조사국(CPIB)의 물샐 틈 없는 감시라는 '채찍'이 있기에 가능하다.

다국적기업에 싱가포르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는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영어가 공용어인 싱가포르에서는 청소부·택시운전사·호텔종업원에 이르기까지 영어가 통한다.

서울만한 면적에 골프장이 무려 13개에 이르고 외국인학교가 26개나 되는 것도 다 외국기업가를 위한 배려다. 한달 전에만 통보하면 해고할 수 있는 유연한 고용시스템도 외국기업에는 장점이다.

싱가포르의 미래전략은 인재를 아웃소싱하는 데까지 이르고 있다. 싱가포르 국립대학의 신장섭 교수는 "싱가포르는 현재 4백20만명(외국인 50만명 포함)정도의 인구를 5백50만명으로 늘리겠다는 계획 아래 재능있는 외국인에게 영주권이나 시민권을 아낌없이 주고 있다"고 말했다.

싱가포르=이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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