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시아 대재앙] 피해 현장 이모저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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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관광객들이 대거 실종된 태국 푸껫 등지에서는 한국에서 날아온 가족들의 필사적인 수색작업이 30일에도 계속됐다. 부상자들이 수용돼 있는 현지 병원을 뒤지고 인근 섬에서 속속 도착하는 시체들 속에서 실종자의 얼굴을 찾아보았다.

▶ 지난 26일 쓰나미가 태국 남부 크라비 해안을 강타하기 직전 해변에 있던 외국 관광객들이 급히 대피하고 있다.[크라비 AFP=연합]

한국인 관광객들이 대거 실종된 태국 푸껫 등지에서는 한국에서 날아온 가족들의 필사적인 수색작업이 30일에도 계속됐다. 부상자들이 수용돼 있는 현지 병원을 뒤지고 인근 섬에서 속속 도착하는 시체들 속에서 실종자의 얼굴을 찾아보았다.

○…푸껫 로열시티 호텔에 마련된 '지진해일 현장지휘본부' 상황실에는 30일 오전 배낭여행을 왔다 소식이 끊긴 자녀나 형제의 생사를 확인하러 온 가족이 줄을 이었다. 말레이시아 유학 중 친구와 함께 피피섬에 갔다가 실종된 지모(24)양의 오빠가 상황실을 방문, 동생을 찾는 방법을 알려 달라며 울음을 터뜨렸다. 또 경북 울진에서 왔다는 최모씨는 "강릉대 3학년인 딸이 같은 학교 친구 두명과 함께 태국에 간다며 지난 21일 오후 출국했는데 25일 이후 소식이 끊겼다"며 딸의 사진을 보여줬다.

한편 푸껫에 급파된 중앙 119 구조대원들은 30일 새벽에 도착한 뒤 한국인 신혼여행객 3명이 실종된 팡아주 카오락으로 이동, 수색에 들어갔다. 유해운 119 구조대장 등 지휘부는 도착 직후 현장지휘본부 상황실에서 외교부 및 한인회 관계자들과 향후 활동 방향을 논의했다.

○…30일 저녁 푸껫 왓 꼬싯사원에서는 피피섬에서 발견된 박민혁(2)군과 김상현(72.여)씨의 영결식이 열렸다. 영결식은 한국에서 온 유족들과 현지 교민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영결식장에는 태극기와 함께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 태국관광청 서울사무소 등에서 보낸 10여개의 조화가 진열돼 있었다.

영결식에 참석한 교민들은 "큰 슬픔을 당한 유족들의 눈물을 누가 닦아 줄 수 있겠느냐"며 고인들을 애도했다. 이들은 피피섬에서 실종된 한국인 8명 중 2명으로 이들을 찾아나선 가족에 의해 신원이 확인됐다. 여행사 관계자와 유가족들은 이날 피피섬에서 구조선에 실려 크라비로 이송된 시체 120여구 가운데 숨진 두 사람이 포함돼 있는 것을 발견했다.

김상현 할머니의 딸은 "컴퓨터 사진만으로는 확인이 잘 안 돼 안치소 바닥에 누워 있는 수많은 희생자 시체 옆을 지나가면서 어머니 시신을 찾고 있었는데 어머니가 '나 여기 있어'라고 부르는 듯한 소리가 들려 쳐다보니 어머니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고 말했다. 31일 오전에는 역시 피피섬에서 발견된 황보태임(65)씨의 영결식이 거행될 예정이다.

한편 이날 크라비 시체 안치소에는 피피섬에서 아들과 함께 실종된 이모(37.여)씨와 비슷한 시신이 발견돼 한국에서 온 가족들이 확인 작업을 벌였다.

이씨의 아버지는 "얼굴과 치아 등의 모습으로 미뤄 딸인 것 같다"며 "그러나 착오가 있을지도 몰라 푸껫의 병원에 입원 중인 사위에게 직접 확인토록 했다"고 말했다.

○…앞서 29일 오후 10시쯤 푸껫시의 왓 꼬싯 사원에서 한국인 해일 희생자의 시신이 처음으로 화장됐다. 28일 태국 남부 관광지 카오락 지역 해변에서 발굴된 한국인 신혼 여성 이혜정(26)씨였다.

이씨는 갓 결혼한 남편 조모(28)씨, 다른 신혼부부 한쌍과 함께 해일 발생 당일인 지난 26일 오전 실종됐다 이틀 만인 28일 오후 투숙 중이던 호텔 방갈로 잔해 밑에서 시체로 발견됐다. 한편 현장지휘본부 측은 한국인 실종자의 시신이 발견되면 유가족 동의를 거쳐 합동 분향소에 안치한 뒤 화장 절차를 밟도록 할 예정이다.

푸껫=이양수 특파원,
연합뉴스 조성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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