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武星의원의 막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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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한나라당 김무성 의원이 "대통령이 아플 때 여성 총리가 해내겠나"라고 한 발언은 두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 하나는 마치 대통령의 유고(有故)가 현실화할 듯한 인상을 주는 데다 또 여성의 능력에 한계가 있다는 비아냥으로 들린다.

고령의 김대중 대통령이 입원한 적이 있고, 때문에 대통령의 건강에 대해 국민이 신경을 쓰는 것은 사실이다. 또 청와대의 설명이 시원찮아 의혹을 증폭시킨 적도 있다. 그렇다고 이런 식으로 말하는 것은 무책임한 처사다. 정확한 내용도 밝히지 않은 채 막연히 "미국 쪽에서 그런 얘기가 나오기에 농담처럼 했다"고 사과했다지만 못내 유감이다. 유력한 정치인이 대통령의 건강을 농담대상으로 삼을 수 있나.

대통령 건강에 관한 막말 못지 않게 저어되는 대목은 여성 총리라는 이유로 자질에 의구심을 표시한 부분이다. 물론 국방 문제를 직접 다뤄 본 경험이 없기 때문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비하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 첫 여성 총리 지명이 여러모로 긍정적 평가를 받는 반면 어려운 시기에 여성을 기용함으로써 자칫 여성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높일지 모른다는 선의의 우려도 있는 게 사실이다. 金대통령의 정치적 명분 챙기기, 또는 아들들의 구속 등에 따른 비판 여론을 환기하기 위한 '깜짝쇼 여성 총리'라는 힐난도 없지 않다. 하지만 그럴수록 국정 순항을 위해 총리 지명자를 감싸는 다수당의 아량을 보여야 했다.

가뜩이나 한나라당이 국회 지배권을 확보한 후 의원들이 막말을 내뱉는 등 오만하다는 지적을 받는 지금이다.그런 터에 구설에 오르는 것은 한나라당을 위해서도 하등 이로울 게 없다. 張총리서리의 됨됨이는 국회 인준 과정에서 엄밀히 따지면 그뿐이다. 오히려 金의원의 막말로 인한 역풍으로 문제된 장남 국적, 학력 허위 기재, 재산 등에 대한 검증 과정마저 소홀히 될까 걱정된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金의원 발언에 대해 진지하게 사과하고,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내부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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