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웍스 새 애니 '샤크'… 영화 속 숨겨진 영화 알고보면 재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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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 '샤크'는 미국 대중문화를 전방위로 차용한다. 사진 왼쪽부터 영화 '조스' , NBC 방송의 '투데이쇼', 영화 '글래디에이터'를 풍자한 모습.

1975년 무명 감독이었던 스티븐 스필버그를 할리우드의 최고 흥행사로 올려놓은 작품은 '조스'였다. 해변에 나타난 거대한 백상어는 단숨에 사람을 집어삼키며 무시무시한 공포를 연출했다. 그로부터 30년 가까이 지난 지금, 스필버그는 자신이 공동 설립한 영화사 드림웍스의 애니메이션 '샤크'로 '조스'를 완전히 뒤집는다.

'샤크'의 심약한 상어 레니(목소리 연기 잭 블랙)는 절대 위협적이지 않다. 낚시찌에 걸린 지렁이를 보고 '까꿍'하고, 새우 한 마리도 먹지 못한다. '따~람, 따~람, 따람따람~'으로 시작하는 '조스'의 테마 음악을 들으면 "살 떨리고 간 떨린다"며 엄살을 부린다. 게다가 레니는 채식주의자. '조스'의 완벽한 추락이다.

'샤크'는 요약하건대 바다로 옮겨온 '슈렉'이다. '슈렉' 시리즈에서 곱고 아름다운 디즈니 애니메이션과 돈에 좌우되는 할리우드를 비틀었던 드림웍스는 후속작 '샤크'에서 패러디의 강도를 크게 높였다. 무대를 할리우드에서 뉴욕.도쿄 등으로 확장하고, 풍자 대상도 방송.음악.패션 등 대중문화 전반으로 넓혔다. '슈렉'이 미(美)와 추(醜)의 경계를 과감하게 허물었다면 '샤크'는 부(富)와 빈(貧)의 구분을 우습게 지워버린다. 디즈니가 '니모를 찾아서'를 내놓자 드림웍스가 '샤크'로 반격한 것도 흥미롭다.

'샤크'의 주인공은 작은 물고기 오스카(윌 스미스). 고래의 '응가'보다 못한 삶을 살던, 즉 먹이사슬의 가장 밑에 있던 그가 우연히 상어를 제압하고 물고기 왕국의 최고 스타로 떠올랐다가 다시 평범한 삶의 중요성을 깨닫는다는 줄거리다. '슈렉'의 패러디를 되풀이하는 데다 놀랄 만한 반전도 없어 신선도가 떨어지긴 하지만 성공과 실패라는 삶의 이분법을 통렬하게 비웃는 풍자 정신은 평가할 만하다.

캐릭터 구현도 생생하다. 말이 바닷속이지 인간 세상의 축소판이다. 권력의 상징인 상어 대부 르노(로버트 드 니로), 물거품 같은 꿈을 좇는 오스카를 돌보는 귀여운 물고기 앤지(르네 젤위거), 성공한 오스카를 유혹하는 요염한 물고기 롤라(안젤리나 졸리), 이해관계에 따라 르노와 오스카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는 복어 사익스(마틴 스코시즈) 등이 그럴 듯한 드라마를 빚어낸다.

'샤크'는 풍자로 시작해 위트로 끝난다. 영화 곳곳에 숨겨진 패러디를 찾아보는 게 감상 포인트. 이를 알아채지 못해도 영화를 즐기는 데 큰 지장은 없으나(사실 한국의 어린이 관객에게는 큰 의미가 없다) 영화의 잔재미를 높이는 건 부인할 수 없다.

일례로 갱단 상어들이 애용하는 레스토랑은 '타이타닉'의 내부를 닮았고, 또 상어들이 회의하는 모습은 영락없이 '대부'의 한 장면이며, 해마들의 박진감 넘치는 경주는 '써비스킷'의 경마 장면과 흡사하다. 24시간 현란한 상품 광고가 쏟아지는 곳은 뉴욕 42번가 타임스 스퀘어를 옮겨온 것 같다.

영화는 허풍쟁이 오스카를 대중의 우상으로 치켜세우며 시청률 높이기에 열중하는 미디어 상업주의를 비판하고, 온갖 광고에 출연해 떼돈을 버는 오스카를 통해 '스타 파워'의 안팎도 짚어본다. '피시킹'(버거킹), '코럴(산호)콜라'(코카콜라), '뉴스리프'(뉴스위크),'GUP'(GAP) 등 스쳐 지나가는 간판.광고 하나에는 '장난'을 쳤다. 다음달 7일 개봉. 전체 관람가.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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