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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립 25주년 맞은 텔락社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7면

'세계에서 가장 시끄러운 서곡'으로 불리는 차이코프스키의 '1812년 서곡'. 1880년 모스크바 그리스도 구세주 성당 헌당식에서 초연될 때는 피날레에 11대의 대포를 동원, 포성을 울렸지만 공연장에서는 큰북 연타가 대신한다.

하지만 에릭 쿤젤 지휘의 신시내티 팝스가 1978년에 녹음한 '1812년 서곡' 음반은 실제 성당의 종소리와 대포소리를 담은 것으로 유명하다. 텔락 레이블이 처녀작으로 발표해 전세계적으로 1백만장 이상 팔려나간 수퍼 베스트셀러 음반이다. '오디오 시스템의 볼륨을 너무 높이면 기기가 망가질 수도 있다'는 경고가 담겨 있을 정도여서, 오디오를 새로 구입하거나 스피커를 배치할 때 음질 테스트를 위해 널리 애용된다.

미국 클리블랜드에 본사를 둔 클래식·재즈 전문 인디 레이블 텔락이 올해 창립 25주년을 맞았다. 77년 트럼펫 연주자 출신의 레코딩 엔지니어 잭 레너와 음악교사 출신의 엔지니어 로버트 우즈가 설립한 이 레이블은 지난 25년간 마이너 레이블이라는 표현이 무색할 정도로 눈부신 발전을 거듭해 왔다. 77년 다이렉트 커팅 방식으로는 최초로 교향악단 연주를 LP에 담았고, 이듬해 미국 클래식 레이블 최초로 디지털 음반을 출시했다.

'클래식 음악은 죽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클래식 음반업계가 퇴조 일로를 걷고 있는 95년 이후에도 텔락 레이블이 건재함을 자랑하는 비결은 뭘까. 무시무시할 정도로 선명하고 화려한 음질과 끊임없는 신기술 개발 때문이다. 서라운드 오디오 시스템에 맞는 녹음기술도 맨 처음 개발했다. 그래서 말러·바그너·R 슈트라우스·림스키 코르사코프 등 알맹이가 꽉찬 고칼로리 관현악에서 텔락의 기술은 더욱 진가를 발휘한다.

텔락 레이블의 음반들은 가격이 비싼 것으로 유명하다. 넓은 음량과 주파수 대역으로 차세대 고음질 소프트웨어로 각광받고 있는 SACD(수퍼오디오 CD)의 경우는 2만5천원을 호가한다. 잭 레너는"환상적인 음향을 만들려면 비용이 많이 들 수밖에 없다. 세계 최고의 지휘자·악단에다 최첨단 녹음장비를 동원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설립 당시부터 텔락은 '적을수록 좋다'는 철학을 고수해 왔다. 여러 대의 마이크를 사용하는 멀티트랙 레코딩 방식을 지양하고 마이크를 1~2개로 줄여 공연장에 앉아 있는 듯한 생생한 현장감을 제공해 왔다.

텔락 레이블은 창립 25주년 기념으로 올해 45종의 음반을 1만2천원대 가격으로 출시할 예정이다. 그중 로린 마젤-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가 70년대 후반과 80년대 초반에 녹음한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제5번과, 무소르그스키의 '전람회의 그림',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제4번, 앙드레 프레빈-로열필하모닉의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제2번, 프레빈-빈필하모닉이 녹음한 R 슈트라우스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등 11종이 국내에 선보였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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