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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 확~풀리네 '번지점프'동호인 갈수록 늘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6면

하늘을 뛰어내리는 동안은 누구나 자유인이다-.

로프 한가닥에 몸을 묶고 까마득한 높이의 타워 위에서 뛰어내리며 아찔한 스릴과 성취감을 동시에 느끼는 신종 레포츠 '번지점프'의 열기가 뜨겁다. 애호가들이 급격히 늘면서 전국의 강가·유원지·공원 등지에는 잇따라 번지점프장이 들어서고 있다. 이 여름 자연을 벗삼아 깃털처럼 가볍게 하늘을 날며 일상의 모든 근심을 훌훌 털어내보자.

#스트레스 해소에 최고

회사원 이경호(31·경기도 고양시 일산구 주엽동)씨는 한달이면 서너 차례씩 북한강 일대의 번지점프장을 찾는다.

준비물도 필요없다. 그저 친한 친구 및 회사 동료들과 어울려 북한강 줄기를 따라 드라이브를 즐기며 번지점프장을 찾는다.

그는 한번 찾을 때마다 17층 빌딩 정도 높이에 맞먹는 50m의 타워에 올라 푸른 물결이 넘실대는 북한강 물을 향해 두세 차례씩 몸을 내던진다.

"번지점프의 짜릿한 쾌감은 경험에 보지 않고는 설명이 곤란할 정도랍니다. 직장생활에서 오는 중압감과 스트레스를 일순간에 떨쳐버리고 자신감을 되찾는 저만의 소중한 취미랍니다."

그는 회사일로 지방 출장을 갈 경우에도 예외없이 짬을 내 부근 번지점프장을 찾는 매니어다.

5년째 번지점프의 묘미에 빠져 지내는 씨는 사업에 실패하거나 일이 안풀려 비관에 빠진 이웃에게 버릇처럼 번지점프를 권한다. 씨는 "이런 사람들이라면 죽을 각오로 세상을 살아간다면 무슨 일이든 이룰 수 있고 세상은 살맛 나는 곳이란 점을 번지점프를 통해 체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찬론을 편다.

1995년 대전엑스포에서 처음 시작된 국내 번지점프는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인기가 폭발한데 힘입어 7년새 동호인 수가 10만여명으로 늘었다. 현재 전국에 산재한 크고 작은 번지점프장만도 30여개에 이른다.

#번지점프 요건

신체에 가해지는 충격과 공포감이 극도로 심한 레포츠인 만큼 기본적으로 건강한 사람만 즐길 수 있다. 일반적으로 8세 이상만 이용할 수 있으며 18세 이하의 미성년자는 부모와 동반하거나 법적으로 인정된 보호자의 동의서명을 받아야 한다. 몸무게는 36~1백5㎏에 해당해야 하며 심장 질환 및 목 또는 척추 이상·골절·임신·음주자도 곤란하다.

점프 전에는 안경이나 목걸이·반지·쇠붙이·만년필·볼펜·연필·동전·지갑·모자와 기타 날카로운 물건 등은 보관 장소에 맡겨야 하며 간편한 복장이나 신발을 착용하는 것이 좋다.

점프 타워 높이는 대개 21~50m. 고무줄을 몸에 연결하는 방식도 여러가지다. 대개 발목을 묶지만 가슴과 등 쪽을 연결하기도 한다. 최근엔 두 명이 발목이나 가슴을 각각 묶고 껴안은 채 함께 뛰어내리는 트윈점프(일명 러브점프)도 연인들 사이에 인기가 높다. 1회 이용요금은 타워 높이에 따라 2만~3만원선이다. 대개 1~2회 점프에 그치지만 하루에 5~6차례씩 뛰어내리는 매니어들도 있으며 이들 중엔 고난도의 기술이 필요한 묘기 점프에 도전하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하지만 타워에 올라서면 말로 형용하기 어려운 공포심에 직면하게 돼 있어 번지점프장까지 찾아온 경우에도 실제 점프를 하는 사람은 20~30%에 불과할 정도다.

그러나 번지점프에 성공한 사람들 중 "재미 없었다"거나 "괜히 뛰어내렸다"며 후회하는 경우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안전하게 즐기려면

현재 운영 중인 번지점프장은 최신의 안전장비를 갖추고 있어 주의사항만 따르면 사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사고 방지를 위해 우선 심리적 안정 상태가 중요하다. 지나치게 흥분하고 긴장하다 보면 교관의 지시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점프대에 오르기 전이나 오른 후 가슴이 심하게 뛰거나 두려움을 참을 수 없을 때는 점프를 취소해야 한다.

점프대에 올라가서는 아래를 보지 말고 전방 15도 윗부분을 응시하면 공포를 최대한 줄일 수 있다. 일반적으로 머리부터 뛰어내려야 안전하며 겁이 많은 경우 뒤로 뛸 수도 있다. 새처럼 하늘을 나는 자세가 가장 바람직하다.

점프의 스릴과 즐거움을 만끽하기 위해선 점프 후 2~3초 동안 이뤄지는 자유 낙하시간 동안 눈을 감지 말고 낙하 지점을 주시해야 한다. 낙하후 3~6회 가량 이어지는 바운딩 동작 동안 무의식적으로 줄을 만지다간 찰과상 등의 위험이 있다.

전익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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