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판까지 진통… 결국 나눠먹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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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16대 후반기 국회가 11일 비로소 제 모습을 갖췄다. 지난 8일 의장단을 선출한 데 이어 이날 상임위원장을 뽑았고, 의원들의 상임위 배정도 새로 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모양새는 많이 구겨졌다. 원칙없는 상임위원장 배분으로 "나눠먹기가 지나치다"는 비판이 나왔다. 상임위원 배치도 전문성과 상관없이 이뤄진 경우가 많았다.

◇규정 무시한 낙하산식 배분=한나라당 당규에는 상임위원장을 경선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당 지도부는 이를 무시하고 상임위원장 자격을 '3선 이상'으로 설정했다. 재선인 임진출(林鎭出)의원을 여성위원장에 앉힌 것을 빼고는 모두 이 원칙이 지켜졌다.

그러나 의원총회에서는 불만이 표출됐다. 법사위원장을 희망했던 김기춘(金淇春·재선)의원은 "선수(選數)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전문성"이라며 "당규엔 의총에서 상임위원장을 선출하도록 돼 있는데 이렇게 하면 3金식 나눠먹기란 비난이 나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재창(在昌)·심재철(在哲)의원 등도 "낙하산식 상임위원장 임명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당 지도부가 상임위원장 그림을 마음대로 그리는 바람에 전문성과 어긋나는 연쇄 이동이 있었다. 정책위의장인 이강두(康斗)의원이 정무위원장이 되자 이 자리가 유력했던 박종웅(朴鍾雄)의원은 보건복지위원장으로 옮겼다. 그 바람에 신영국(申榮國)의원은 건교위원장으로, 건설교통위원장 후보였던 윤영탁(尹榮卓)의원은 교육위원장이 됐다. 이들은 해당 상임위에서 일한 경험이 한번도 없다.

민주당도 전문성보다 지역·계파 안배를 우선 적용했다. 강원 출신인 송훈석(宋勳錫)의원과 충북 출신인 홍재형(洪在馨)의원은 각각 환경노동위원장과 예결위원장을 배정받았다고 한다. 초선인 洪의원은 충청 홀대를 이유로 탈당까지 언급했던 인물로,이인제(仁濟)의원과 가깝다. 한화갑 대표계인 박상규(朴尙奎·산자위원장)의원와 경선 때 이인제 의원을 지지했던 박종우(朴宗雨·행자위원장)의원 등 재선도 발탁됐다.

◇막판까지 진통=당초 오후 2시에 열릴 예정이었던 본회의는 5시간 뒤에야 열렸다. 민주당 내에서 상임위원장·위원 배분을 둘러싼 갈등이 컸기 때문이다. 이날 오전 조찬을 겸한 최고위원 회의는 3시간 동안 진행됐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계파간 힘 겨루기가 팽팽했다. "표결하자" "안된다"는 고성이 문틈으로 새어 나왔다. 결국 한화갑 대표와 정균환(鄭均桓)원내총무가 '직권 조정'한 끝에 이날 오후 상임위원장 인선이 겨우 이뤄졌다.

두 자리를 보장받은 자민련도 상임위 배정을 둘러싸고 하루종일 시끄러웠다. 농촌 출신 이완구(完九)의원과 원철희(元喆喜)의원이 서로 농해수위 배정을 고집해 김종필(金鍾泌)총재가 나서 겨우 중재했다. 정우택(鄭宇澤)의원은 충북 지역 홀대를 이유로 의원총회에 불참했다.

고정애·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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