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개각보다 철통보안 여성총리 효과도 극대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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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7·11 개각은 현 정부의 어떤 개각보다 철저한 보안 속에서 이뤄졌다. 건국 이래 첫 여성 총리라는 '개각 상품'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청와대측의 가장 구체적인 사전 설명이 "언론에 한번도 거명된 적이 없는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인사"였을 정도다.

박지원(朴智元)청와대 비서실장은 개각 하루 전인 10일 낮 장상 이화여대 총장을 만났다. 朴실장은 한 시간 동안 총리를 맡아줄 것을 설득했다고 한다. 張총장의 답변은 "생각해 보겠다"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金대통령은 朴실장의 보고를 받고 이날 밤 張총장에게 전화를 직접 걸어 수락을 받았다. 張총리서리는 金대통령이 스스로 정했다는 얘기도 있고,張총리서리와 이화여대 동문인 이희호(姬鎬)여사의 역할에 주목하는 시각도 있다.

◇JP와는 의견 조율,이회창·노무현 후보와는 하지 않아=金대통령은 총리감 인선 과정에서 김종필(金鍾泌·JP)자민련 총재의 의중을 묻기도 해 두사람 사이의 'DJP 우의'에도 신경썼다고 한다. 朴비서실장이 후임총리를 물색할 때 신당동 金총재의 자택을 찾아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JP는 개각 직후 장상 총리지명자를 극찬했다. 한나라당 이회창·민주당 노무현 후보와는 사전 조율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국회 임명동의에 별 문제가 없으리라는 판단 때문이었다고 한다.

◇문제 장관들 일찍 사의=청와대의 '홍업씨 수사 외압설'과 관련,곤욕을 치렀던 송정호 전 법무장관은 일찌감치 사의를 전달했으며, 김동신(金東信)전 국방장관도 "서해교전 사태 이후 여러가지 논란이 더 이상 군에 영향을 미치면 안 된다는 충정으로 장관이 책임을 지겠다"는 뜻을 표시했다고 청와대측은 주장했다.

◇형제 장관들=신임 김성호(金成豪)복지부 장관의 형은 국민의 정부에서 장수 장관이었던 김성훈(金成勳)전 농림부 장관의 친동생이다.이상철(相哲)정보통신부 장관도 노태우(泰愚)대통령 시절 장관을 지냈던 이상훈(相薰)전 국방장관의 동생이다.

◇한 정권서 같은 장관 두번=김정길(金正吉)법무장관은 1999년 6월~2001년 5월에 이어 14개월 만에 다시 법무장관을 맡았다.신국환(辛國煥)산자부장관과 함께 한 정권에서 같은 장관을 두번 맡는 기록을 세웠다.

◇역대 최단 장관 수명=현정권의 장관 평균 재임기간은 10.6개월로 역대 정권에 비해 가장 짧다. 법무부와 보건복지부·해양수산부는 현정부 출범 53개월 만에 일곱번째 장관을 맞았고,교육부와 건설교통부는 이미 지난 1월 개각 때 일곱번째 장관이 들어섰다. 전두환(全斗煥)정부는 18.3개월, 노태우 정부는 13.7개월, 김영삼(金泳三)정부는 11.6개월이었다.

전영기 기자

<김대중 정부 주요 개각 일지>

1998.2.23=김종필 국무총리·한승헌 감사원장 지명

3.3=새 정부 조각 발표

3.4=이종찬 국정원장·진념 기획예산위원장·전윤철 공정거래위원장 임명

8.17=국무총리·감사원장 국회 인준

99.5.24=2기 내각 출범(11개 부 장관 교체)

9.16=이종남 감사원장 지명

12.23=임동원 국정원장 임명

2000.1.13=박태준 내각 출범(재경 등 7개 부처 장관, 금감위원장 등 장관급 2명 교체)

5.22=이한동 총리 지명

8.7=재경부장관에 진념 기획예산처장관을 임명하는 등 8개 부처 장관과 3개 장관급 위원장 교체

2001.1.29=한완상 교육부총리·한명숙 여성장관 임명, 진념 경제부총리로 승격

3.26=통일부장관에 임동원 국정원장, 국정원장에 신건 전 법무부차관을 임명하는 등 장관급 12명 교체.

9.7=통일부장관에 홍순영 주중대사를 임명하는 등 장관 5명 교체

9.10=이상주 비서실장 임명

2002.1.29=교육부총리에 이상주 청와대 비서실장을 임명하는 등 장관급 9명 교체. 전윤철 청와대 비서실장·박지원 정책특보를 임명하는 등 청와대 수석비서진 6명 교체

4.15=경제부총리 전윤철·청와대 비서실장 박지원 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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