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현"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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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여러 가지로 아쉬웠다. 메이저리그 올스타전 사상 두번째의 무승부도 아쉬웠고, 지난 6일 타계한 전설적 강타자 테드 윌리엄스의 이름을 딴 최우수선수(MVP)트로피의 주인이 없는 것도 아쉬웠다. 더더욱 아쉬운 것은 60명의 올스타 가운데 가장 작은 키로 어마어마한 별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김병현(23·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부진이었다.

10일(한국시간) 밀워키 밀러파크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올스타전은 연장 11회까지 가는 접전 끝에 무승부로 막을 내렸다.

내셔널리그팀으로 출전한 김병현은 팀이 5-3으로 앞선 7회초 2사1루에서 등판해 3분의1이닝 동안 3연속 안타를 맞고 2실점, 올스타전 데뷔 신고식을 호되게 치렀다. 앞선 투수가 내보낸 주자가 자신의 투구 때 홈을 밟는 바람에 스코어는 5-6으로 역전됐다. 고개를 숙이고 마운드를 내려가는 김병현의 모습은 지난해 월드시리즈의 홈런 악몽을 떠오르게 했다.

다행히 공수교대 후 랜스 버크먼(휴스턴)이 2타점 적시타를 날려 스코어가 7-6으로 재역전되면서 김병현은 패전을 모면했다. 경기는 8회초 아메리칸리그팀이 1점을 보태 연장전으로 돌입했다. 연장 11회를 마친 양팀은 더 이상 교체할 투수가 없다는 이유로 버드 셀리그 커미셔너의 중재로 12회를 치르지 않기로 결정, 결국 무승부로 경기를 마쳤다.

이에 따라 MVP도 선정되지 못했다. 무승부가 선언되는 순간 관중석에서는 야유가 쏟아졌고 일부 관중은 그라운드로 빈 병을 던지기도 했다. 올스타전이 무승부로 끝나기는 비 때문에 1-1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던 1961년 이후 41년 만이다. 올스타전 역대 전적에서는 내셔널리그가 40승2무31패로 앞서 있다.

화려한 별들의 잔치는 1회말 토리 헌터(미네소타 트윈스)가 배리 본즈(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홈런성 타구를 담장 위로 뛰어오르며 잡아내면서 시작했다. 본즈는 3회말 두번째 타석에서 1회말의 복수를 하듯 우중간을 넘기는 2점홈런을 터뜨려 홈런왕의 위용을 과시했다.

본즈의 홈런 등으로 내셔널리그가 5-3으로 앞선 7회초 관심을 모았던 김병현이 마운드에 올랐다.2사1루였다. 첫 타자 토니 바티스타 타석에서 2구째 스트라이크를 잡는 순간 1루 주자 랜디 윈(탬파베이 데블레이스)에게 2루 도루를 허용한 것이 김병현을 흔들어댔다. 스코어링 포지션의 주자를 의식한 듯 김병현의 볼끝은 정규시즌 때만큼 날카롭지 못했다.

바티스타에게 풀카운트 접전 끝에 적시타를 맞은 김병현은 계속된 2사 1루에서 미겔 테하다(오클랜드 애슬레틱스)에게 초구 중전안타를 내줘 2사 1,2루의 위기에 몰렸다.여전히 구위는 살아나지 않았다.타석에 등장한 폴 코너코(시카고 화이트삭스)는 흔들리는 김병현의 빈 틈을 놓치지 않았다. 2구째 직구를 두들겨 좌익수 키를 넘기는 2타점 2루타를 때려냈다.김병현은 결국 AJ 피에르진스키(미네소타 트윈스)를 2루 땅볼로 잡아낸 뒤 '악몽의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이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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