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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난 지자체 첫 모라토리엄] 지자체 재정 부실 막으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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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성남시의 ‘모라토리엄(채무지불유예)’ 선언 이후 자치단체의 무분별한 예산 집행을 막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보완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파산하는 지자체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가장 주목을 받는 것은 정부의 제도적 장치 마련이다. 최봉기 계명대 정책대학원장은 “행정안전부가 예산 집행권을 자치단체장에게만 맡겨놓지 말고 일정 금액 이상을 지출할 때 통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행안부는 지자체의 방만한 재정 운용을 막기 위해 ‘지방재정투융자심사제’를 운영하고 있다. 일정 액수 이상이 드는 사업의 타당성·시급성을 사전에 심사하는 제도다. 사업 규모가 20억원 이상의 사업은 각 지자체에서, 50억원 이상에서 300억원 미만의 기초단체의 사업은 광역단체에서, 300억원 이상인 사업은 행안부에서 심사한다. 행안부는 한 해 평균 300건 이상의 사업을 심사하고 있다. 하지만 지자체가 사업비를 낮게 책정해 심사를 피해가는 ‘꼼수’를 쓰는 경우가 많아 효과가 제한적이다. 김혜란 한국행정학회 지방행정연구회장은 “많은 지자체가 심사 금액보다 사업비를 낮게 잡아 심사를 안 받고 통과하는 경우가 많다”며 “유일한 견제책인 투융자심사제도가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지자체 사업에 대한 정확한 심사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는 얘기다.

지방자치 정신에 걸맞게 지자체 안에서 감시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육동일 충남대(자치행정학과) 교수는 “지자체가 부족한 예산을 절약하고 능률적으로 쓰는 의식이 부족하다”며 “재정 낭비를 방치하면 그 피해는 지역 주민에게 가는 만큼 지방정부가 지방재정에 대해 스스로 책임을 지게 하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민참여예산제도’를 활용해 주민이 앞장서서 지자체의 방만한 예산 운용을 막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행안부는 2005년 지방재정법 개정을 통해 예산 편성 과정에서 주민이 참여하는 ‘주민참여예산제도’의 법적 근거를 만들었다. 주민참여예산제도를 조례로 규정해 시행하고 있는 지자체는 전체 244곳 중 100곳(지난해 말 기준) 정도다. 조봉업 행안부 재정정책과 과장은 “울산 동구, 광주 북구, 안산시 등에서 주민참여예산제도를 적극적으로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혜란 회장은 “행안부의 투융자심사제도 외에 중앙정부에서 지자체의 예산 편성 과정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여지가 없는 만큼 주민예산참여제를 통해 주민들이 지방정부를 적극적으로 감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은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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