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캄페오네스’ 어서 오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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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80년 만에 처음으로 월드컵을 제패한 ‘무적함대’ 스페인 축구 대표팀이 13일(한국시간) 온 국민의 축하 속에 금의환향했다. 월드컵을 번쩍 들어 보이며 비행기 트랩을 내려온 주장 이케르 카시야스 등 선수단은 시내로 이동해 여장을 푼 뒤 왕궁과 정부 청사로 자리를 옮겨 후안 카를로스 국왕과 사파테로 총리가 베푼 환영연에 잇따라 참석했다.

월드컵 우승을 차지한 스페인 축구대표 선수들이 마드리드 시내 콜론 광장에서 카 퍼레이드를 하고 있다. 콜론 광장은 레알 마드리드가 리그에서 우승했을 때 카 퍼레이드를 벌이는 곳인데 스페인 대표팀의 월드컵 우승으로 국민 통합의 장이 됐다. [마드리드 AP=연합뉴스]

카를로스 국왕은 비센테 델보스케 감독의 볼과 가슴을 주먹으로 가볍게 치는 등 각별한 애정을 드러내며 선수단을 맞았다. 국왕은 델보스케 감독을 향해 “스포츠맨십, 고결함, 능란한 경기와 팀워크의 표본”이라고 치켜세웠다. 사파테로 총리는 “월드컵을 쟁취한 것은 선수들이지만 (월드컵은) 모든 스페인 국민 몫이다”며 즐거워했다.

환영행사의 백미는 카 퍼레이드. 선수단은 지붕이 없는 2층 버스를 타고 붉은 옷을 입은 사람들과 적·황색 스페인 국기가 거대한 물결을 이룬 마드리드 도심을 지나며 기쁨을 만끽했다. 36도의 무더위를 고려해 소방관들이 끊임없이 물을 뿌렸지만 시민들의 열정을 식히기에는 부족했다.

스페인 대표팀을 향한 뜨거운 열기는 전국으로 퍼져 지역 갈등과 경제 한파에 대한 근심도 녹였다. 끊임없이 독립을 주장해 온 카탈루냐와 바스크 지역 사람들도 스페인 국기를 흔들며 축제를 만끽했다. 마드리드와 갈등이 심한 카탈루냐 지역 바르셀로나의 한 시민은 “축구가 아니었다면 이 지역에서 스페인 국기를 흔드는 사람은 돌을 맞았을 것”이라며 변화에 놀라기도 했다.

지역 갈등은 그동안 스페인 축구 대표팀의 발목을 잡는 요소로 꼽혔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스페인의 월드컵 우승은 사비 에르난데스·카를레스 푸욜·헤라르드 피케(이상 FC 바르셀로나) 등 카탈루냐 출신 선수들과 바스크 지역의 사비 알론소, 마드리드 출신의 주장 카시야스(이상 레알 마드리드) 등이 화합해 만든 결과였다.

이정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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