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은 경력관리의 필수과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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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지난해 가을 한 외국계 투자 컨설팅 기업에서 인재 추천을 의뢰받았다. 능통한 영어 실력, 뛰어난 국제 감각, 외국계 금융 관련 기업 출신….

까다로운 조건이었다. 조건에 맞는 인재를 찾기 위해 작업에 착수했다. 회사의 자체 데이터 베이스는 물론 네트워크를 총동원해 그 기업이 원하는 후보자를 물색했다. 2주 정도 지났을 무렵 한 후보자가 머리에 떠올랐다. 일년 전 직접 필자를 찾아와 자신의 경력을 소개하고 한시간이 넘게 대화를 나누고 간 분이다. 그는 보안을 유지하기 위해 이력서마저 남기지 않고 갔다.

수첩에는 그에 관한 메모가 간단히 남아 있었다. 밝은 표정에 신뢰감이 가는 인상, 국내 유명대학 법대 출신, 외국 유학(MBA), 외국계 투자회사 이사, 외국 본사도 인정하는 실력, 더 이상 승진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이직을 희망하는 것 등이 그에 관한 정보의 전부였다. 이미 두 사람의 후보자를 뽑아 놓고 있었지만 이 사람이 적임자라는 확신이 들었다. 백방으로 수소문해 간신히 그 분의 집 전화번호를 알아낼 수 있었다.

너무 힘들게 알아낸 7자리의 숫자! 당시 다이얼을 돌리던 때의 흥분을 필자는 아직도 기억한다. 그러나 전화를 통해 들려온 청천벽력 같은 소리에 넋을 잃었다. 그 분은 석달 전 간암으로 세상을 떠났다는 것이다.

지금껏 우리가 쏟아 부었던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갔다. 적임자를 추천하지 못한다는 아쉬움도 컸다. 그러나 더 안타까운 것은 이 분의 젊음·능력·해야 할 일들이 모두 사라졌다는 것이었다.

"건강은 개인의 것만이 아니다. 가족·기업 아니 국가적 재산이라 해도 틀리지 않는다" 필자는 당시 '무덤 속의 후보자'난에 이렇게 기록했었다.

건강은 경력관리의 필수이자 모든 것에 우선한다. 의학계에서는 불치의 병을 완전정복하고 인간의 수명을 연장하는 아름다운 미래를 실현할 날이 멀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그 불로장생의 명약이 나오기 전까지는 우리 스스로가 건강을 잘 유지하는 수밖에 없다. 아무리 능력과 경력이 좋다고 한들 일을 할 수 없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명심하자! 일만 잘 한다고 자기 관리를 성공적으로 했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김한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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