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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高 경쟁력 강화로 극복해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천2백원을 깨고도 계속 떨어지고 있다. 현재의 환율은 지지난해 11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예상은 했으나 이렇게 가파르게 떨어질 줄 몰랐다"는 외환시장의 반응이 긴박감을 잘 나타내고 있다.

올해 원화 강세는 늘어나는 무역흑자에 해외자본 유입 증대, 달러 약세로 대부분의 기업과 연구기관에서 일찍부터 예측했던 일이다. 문제는 작금의 환율 하락속도가 빠르고 특별한 상황변화가 없는 한 하반기에도 추세로 굳어지리라는 점이다. 최근의 달러 약세에는 미국 경제의 더딘 회복에 미국 기업의 잇따른 회계부정 등 악재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제 투자자금이 미국 금융시장에 등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원화절상에도 불구하고 엔화가 같은 정도로 움직여 수출 라이벌인 일본과 경쟁하기에는 아직 큰 문제는 없다. 그러나 중국의 위안(元)화는 고정환율을 유지, 중국과 경합하는 경공업제품은 수출경쟁력이 약화하고 있어 걱정이다. 정부는 외환시장에 대한 잇따른 구두(口頭)경고가 약효가 없자 외국환평형기금 채권을 확대 발행하기로 했으나 달러 하락의 대세하에서 효과는 제한적일 가능성이 크다. 오히려 섣불리 시장에 과도 개입하면 환투기 세력에 이득만 안겨줄 수도 있음을 경계해야 할 것이다.

환율 하락으로 어려운 쪽은 대기업보다 별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채산성 악화 속에 정부만 쳐다보고 있는 중소기업들이다. 외환위기 이후 환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을 인식해 대비해 오기는 했으나 많은 기업이 여전히 취약성을 드러내고 있다. 정부는 수출 감소 등 부정적 영향을 줄이기 위해 외채 조기상환 등 환율 안정을 위한 정책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러나 근본적인 대책은 역시 생산성 향상과 기술개발이다. 환율 변화에 일희일비하는 허약한 체질을 벗기 위해 산업 구조조정도 더 가속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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