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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아랍 교역 25% 줄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지난 주말 바레인의 무하라크 거리에 있는 켄터키 프라이드치킨(KFC)점 앞에는 팔레스타인 국기와 함께 '팔레스타인을 도웁시다'라는 모금함이 설치됐다. 그러나 반응은 냉담했다. 오히려 '미제 상품을 사는 것은 팔레스타인을 살해하는 것'이라는 불매운동 포스터가 거리에 나붙었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은 9일 "9·11 테러 이후 미국의 대(對)이스라엘 지원에 대한 반발로 아랍권과의 민간 교류가 급속도로 위축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두드러진 분야는 상품판매 부분. 지난 3월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요르단강 서안지구를 점령하자 미국상품 불매운동은 불길처럼 번졌다. 당시 아랍 각국 거리의 카페와 모스크(이슬람사원), 휴대전화 문자메시지와 인터넷에는 불매운동 대상인 미국·이스라엘 기업들의 이름과 상품 명단이 게시됐다.

바레인에서는 코카콜라 불매운동이 벌어져 '이슬람 콜라'인 이란산 잠잠콜라가 대체상품으로 인기를 끌었다. '아리엘'이란 상표의 세제를 생산하는 이집트의 한 회사는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와 이름이 같다'는 이유로 매출이 60% 급락했다. 이런 여파로 미국의 대 아랍권 교역량은 지난해보다 25% 감소했다.

교육·관광 분야도 위축됐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디즈니랜드 관광객 수송을 위해 운항하던 지다~플로리다 항공편을 올 여름 승객 감소 때문에 취소했다. 지난해 6백39명의 아랍권 학생이 몰렸던 코넬·듀크 등 미국 유명대학들의 경영학 대학원과정 현지 설명회에 올해는 한명의 신청자도 없었다. 카이로 주재 미국대사관은 "이집트에서 미국 유학 비자신청률이 지난 학기보다 50% 가까이 떨어졌다"고 전했다.

정효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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