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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株에 단기악재 그칠 듯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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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원-달러 환율이 연일 가파르게 떨어지자 주식 투자자들이 긴장하고 있다.

원화가치 상승으로 국내 기업들의 수출채산성이 나빠지면 해당 기업들의 주가도 뒷걸음질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 줄기차게 오르던 증시가 지난 4월 말 이후 침체의 늪에 빠진 이유 중 하나도 급속한 환율하락이다.

4월말에 달러당 1천3백원 초반이던 환율이 6월 말 1천2백원대 초반까지 곤두박질하는 동안 종합주가지수도 937에서 800선 밑으로 크게 밀렸다.

<그래프 참조>

그러나 전문가들은 환율하락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을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원화강세는 국내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달러가치 약세 흐름 속에 주요국의 통화가치도 함께 오르고 있는 만큼 국내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만 나빠지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하반기에 경기회복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보이는 점도 고무적이다.

동원경제연구소 강성모 연구원은 "경기가 좋아지면서 기업들의 매출이 늘면 환율 하락에 따른 이익 감소 폭은 충분히 상쇄될 수 있다"며 "따라서 환율 하락보다 향후 경기회복의 속도가 주가 상승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실제 과거에도 환율이 떨어질 때 주가가 오른 경우가 많았다.

경기가 좋았던 1986~89년 환율이 8백60원선에서 6백50원선으로 떨어지는 동안 종합주가지수는 150에서 1,000 가까이 까지 급등했다.

9일 환율이 지난 20개월래 최저치를 기록했지만 종합지수는 18포인트나 뛰었다.

환율 급락세가 투자심리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한 셈이다.

미래에셋운용전략센터 이종우 실장은 "원화가치가 오른다는 것은 국내 경제가 강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며 "원화 강세는 장기적으로 증시에 호재"라고 말했다.

키움닷컴증권 안동원 이사는 "최근의 원화 강세는 우선 미국 달러화가 워낙 약세를 보이기 때문이지만 한국이 외환위기 이후 착실한 구조조정을 펼친 결과이기도 하다"면서 "앞으로 국내 기업의 펀더멘털(기초여건)을 좋게 보는 외국인 투자가 더욱 늘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또 "대미 수출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선까지 떨어졌기 때문에 미국경기 회복 지연에 따른 수출감소 폭도 크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원화강세로 인해 환차익을 노린 외국인들의 투자도 기대해 볼만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또 원재료 수입비중이 높고 달러부채가 많은 기업들은 환차익을 볼 수 있다.

예컨대 9일 한국전력·대한항공·제일제당은 원화강세의 덕을 톡톡히 봤다.

한국전력은 외국인 매수에 힘입어 전날보다 5.51% 상승한 2만2천9백50원으로 마감했다.

환율이 달러당 1천3백35원에서 1천2백1원으로 떨어진 98년 5월 4일~99년 5월 10일 대한항공(상승률 2백35%)·SK(1백96%)·제일제당(2백48%)의 주가 상승률은 종합주가지수 상승률(1백8%)을 크게 웃돌았다. 이에 따라 증권사들도 앞다퉈 환율하락 수혜 업종·종목을 제시하고 있다.

<표 참조>

한편 단기적으로 수출 기업의 주가에는 부정적인 영향이 예상된다. 교보증권 임송학 투자전략팀장은 "미국경제의 회복 지연 가능성을 감안할 때 당분간 수출주보다 내수주에 관심을 갖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미래에셋운용전략센터 이 실장은 "고정환율제를 채택하고 있는 중국의 기업들과 경쟁하는 섬유·저가 전자제품 업종의 종목들은 매매를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키움닷컴증권 안 이사는 "장기 투자자라면 환율등락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실적 호전 블루칩을 저가에 매수하는 게 옳다"고 말했다.

김영훈·하재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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