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거인' 김병현(23·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이 '꿈의 마운드'에 오른다.
김병현은 10일 오전 9시(한국시간) 미국 밀워키 밀러파크에서 펼쳐지는 올스타전에 황금빛 내셔널리그 유니폼을 입고 출전해 지구촌 최고의 기량을 지닌 '별'들과 어깨를 겨룬다.
내셔널리그 사령탑 밥 브렌리 감독은 9일 밀러파크에서 열린 워크아웃 행사에서 "BK(김병현의 이니셜)에게 기회를 주고 싶다. 중반 이후 1이닝을 던지게 할 계획"이라고 말해 김병현의 출전을 기정 사실화했다.
올스타에 뽑힌 뒤 "등판 기회가 없더라도 뽑힌 것만으로 만족한다"고 말했던 김병현은 브렌리 감독의 절대적 신임을 등에 업고 출전을 보장받아 한껏 고무돼 있다.
그는 이날 공식 인터뷰에서 "이치로(시애틀 매리너스)를 잡을 비책이 있다"고 여유있는 농담을 하는 등 스타로서의 면모를 보였다.
이번 올스타전은 양 리그 다승 선두를 달리고 있는 데릭 로(보스턴 레드삭스·12승)와 커트 실링(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14승)의 선발 맞대결로 펼쳐진다. 김병현이 상대할 아메리칸리그에는 이치로를 비롯, 알렉스 로드리게스(텍사스 레인저스)·제이슨 지암비(뉴욕 양키스)·매니 라미레스(보스턴 레드삭스) 등 쟁쟁한 타자들이 출전한다.
김병현은 5회 이후 등판할 것으로 보여 선발 타자들보다는 데릭 지터(뉴욕 양키스)·노마 가르시아파라(보스턴 레드삭스)·폴 코너코(시카고 화이트삭스) 등 교체투입이 예상되는 스타들을 상대할 전망이다. 김병현이 '메이저리그 최고의 꽃미남'으로 통하는 지터를 상대한다면 지난해 월드시리즈 4차전에서 맞은 끝내기 홈런의 아픔을 되갚을 수 있는 기회가 된다.
미국 진출 4년 만에 최고의 해를 보내고 있는 김병현은 지난해 월드시리즈에서의 스포트라이트에 이어 이번 올스타전 출전으로 메이저리그의 '전국구 스타'로 한 계단 발돋움했다. 지난해 올스타전에서는 박찬호(텍사스 레인저스)가 한국인 최초로 출전,1이닝 동안 1홈런·1삼진을 기록한 바 있다.
한편 9일 펼쳐진 홈런더비에서는 제이슨 지암비가 생애 첫 올스타 홈런더비 1위를 차지했다.
지암비는 새미 소사(시카고 컵스)와의 최종 결승에서 7-1로 가볍게 승리해 소사에게 2년 연속 2위의 아픔을 안겼다. 소사는 1라운드에서 비거리 1백60m짜리 초대형 홈런을 쏘아올려 넘치는 힘을 과시했지만 최종 결승에서는 아쉽게 한개의 홈런을 때려내는 데 그쳤다. 메이저리그 한 시즌 최다홈런 기록(73개) 보유자인 배리 본즈(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1라운드에서 탈락했다.
이태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