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한의학 접목해 치료" 북한 군의관 출신 탈북자 석영환씨 개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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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남북한 한의학(韓醫學)을 접목해 성공한 귀순자가 되고 싶습니다."

북한 인민군 군의관 출신 석영환(石英煥·37)씨가 꿈에 그리던 한의원을 지난 5일 서울시 종로구 종로5가에 개업했다. 귀순한 지 3년9개월 만이다.

1995년 평양의학대학을 졸업하고 고려의사(한의사) 자격을 딴 石씨는 김일성(金日成)주석과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장수연구소로 알려진 동의과학원에서 연구원으로 6개월간 근무했다. 96년 군의관이 된 그는 평양시 사회안전부 88호 병원에 근무하면서 외화벌이에 나섰다가 일부 약품을 빼돌린 것으로 오해받아 98년 10월 휴전선을 넘었다.

"대위 계급장을 달고 움직이니까 휴전선까지 오는 데는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石씨는 귀순 후 정착교육 등 1년여의 준비 끝에 전공을 다시 살려보기로 했다.

"북한의 고려의학과 남한의 한의학을 함께 공부한 사람이라면 성공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는 교회에서 만난 경희대·동신대 교수들에게서 대학 교재를 추천받고 한의사 국가고시 수험서를 구입해 동네 도서관에서 밤을 새우기 시작했다. 북한에서 기초한자 정도만 배운 그에겐 어려운 한자가 가득한 남한의 한의학 교재를 읽는 게 고역이었다.

"한 달 정도 도서관에서 옥편을 잡고 진땀을 빼고 나니 조금 눈에 들어오더군요."

그는 두차례 낙방한 뒤 지난 2월 한의사 자격증을 손에 쥘 수 있었다. 이에 앞서 石씨는 99년 대한한의학회 등 전문가들의 테스트와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교육부와 보건복지부에서 국가고시 응시 자격을 얻었다.

그는 동의과학원에서 심장 혈관계 연구원으로 근무한 경험을 살려 김일성·김정일 부자가 복용한 것으로 알려진 유심환(柔心丸)과 태고환(太古丸)을 직접 만들고 있다. 각각 스트레스 질환과 노화방지에 특효가 있다고 한다.

石씨가 개업한 건물에는 미용 성형외과와 심장전문 병원이 함께 있다. 그는 이들 병원과 협동해 환자를 보기로 했다.

"최선을 다해 친절하게 진료하면 명의(名醫)로 소문이 나겠지요."

石씨는 심의(心醫)가 성공의 비결이라고 말했다. 02-741-3023.

고수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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