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백가쟁명:한형동]瀋陽에서 개최된 “글로벌 韓商大會”를 둘러보고

중앙일보

입력

“사상도 가고 신앙도 철학도 변하지만 민족의 혈통은 영구적이다.”애국, 애족의 선구자이자 독립운동의 지존 김구 선생의 열혈적 민족혼이 숨쉬는 명언이다.

필자는 친분 있는 국회의원의 권유로 지난 7.5-7.8간 중국 瀋陽에서 개최된 “2010 중국글로벌 한상대회”에 동참해 보았다. “전세계 韓商과 중국의 만남”이란 슬로건 하에 개최된 이 대회는 한국의 대통령 특보, 국회의원, 대학총장, 기업인 등 저명인사들과 세계 각 지역에서 온 한민족 상공인들이 대거 참석한 매머드 급 대회였다.

7.5 저녁 중국 요녕성 정부는 중국 특유의 대형 환영만찬으로 한민족 대표들의 환심을 사는데 인색하지 않았다. 중국측 인사가 축사에서 강조한 한-중 우호증진과 교류성과는 양국이 진정한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임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불과 몇 일 뒤에 밝혀질 천안함 사건관련 중국의 비협조적 태도와 한-미 군사훈련에 대한 협박 성 발언은 상상키 어려운 장면이었다. 여기서 우리는 경협과 안보의 냉엄한 차이점과 중국의 대 남북 정책의 정체성을 직시해야 함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기간 중 메인 행사인 “세계한민족 공동체재단 대표자 대회”와 “세계한인상공인 총연합회 지도자 대회”가 개최되었다. 멀리 쿠바, 멕시코, 프랑스 등 지구촌 각 지에서 참가한 대표자들을 만나보니 반갑고 뜨거운 민족애를 느낄 수 있어 감동적이었다. 헌데 회의 운영방식상 그런 지는 모르겠으나 대회는 참석자 소개와 내빈축사 만이 회의의 알파요 오메가로 작용한 채 종료되었다. 그간의 사업성과 보고나 토의, 향후 비전 제시 등도 없으니 마치 허술한 천 한번 만져보고 방직공장 견학을 마친 기분이었다.

7.6 저녁에는 KBS의 “열린 음악회”가 “선양 올림픽스타디움”에서 공연되었다. 우리 민요 계의 女帝 김영임은 “아리랑”으로 공연열기의 포문을 열었고, 2PM, Super Junior 등이 나와 젊음의 열정을 마음 것 뿜어내자 청소년 팬들은 거의 광적인 동작으로 환호했다. 그런가 하면 주현미의 구성지고도 경쾌한 트롯이 흐르자 중년층들의 박수와 춤이 절로 터져 나왔다. 엘리제의 여왕 이미자가 “황성옛터” 등 주옥 같은 옛 가요를 선사하자 이향에 서린 향수가 복받친 듯 어느 조선족 여인은 흥건한 눈물을 머금은 채 두 팔로 국적 모를 율동의 문자를 허공에 그리고 있었다. 그야말로 韓民族이 하나되어 恨을 달래는 한 순간이 아니던가!

이번 “글로벌 한상대회”를 통해 한-중 양국 기업들이 연간 5천만 불 상당의 교역 MOU를 체결하는 등 적지 않은 성과가 있었다고 한다. 다만 단 기간에 “한-중 BIZ 매칭 교류회” 등 많은 행사(세미나, 투자 설명회, 각종 대회 )를 치르다 보니 부실과 허례의 취약성도 들어나 아쉬움을 남겼다. “선택과 집중”이라는 경영법칙과 實事求是의 정신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그럼에도 이러한 대형 행사를 기획하고 주관한 “중국한국상회”와 “주심양 총영사관”, 그리고 자원봉사자(유학생)들의 노고는 결코 헛되지 않았다. 대형행사에 대한 값진 교훈과 경험을 얻었고, 기회의 땅 중국에서 전 세계의 한국인들이 중국인들과 함께 만나는 기회를 제공해준 것 자체도 의미가 심장하기 때문이다.

중국의 3천만 세계 華商들은 세계 각국에서 갖은 설움과 학대 속에서도 야생화처럼 살아남아 오늘날 눈부신 중국 번영의 견인차로 성장했다. 지금 이들은 글로벌 경제시대의 메인 비즈니스 그룹으로 국제사회에 화려하게 등장한 것이다. 세계 170여 개국에 거주하는 750만 한국인들의 제전인“한상대회”도 내년이면 10주년을 맞게 된다. 이제 우리 韓商들도 “한상대회”가 주체 측이나 몇몇 단체 간부들만의 잔치가 아닌 구성원 전원의 페스티벌이 되어, 보다 전향적이고 생산적인 모임의 장이 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일찍이 중국의 엄격한 병법가 吳子는 “대사를 도모함에는 화합이 선행되어야 한다(先和而後造大事)”며, 국가융성과 승전을 위한 국민들의 단합을 강조했다. 어느 민족이든 자신들이 가장 우수하고 화합을 이루고 있다고 생각할 때 한 시대의 국제적 주도세력으로 부상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 해외 동포들이 “우리들은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한민족 공동체”라는 자부심으로 민족의 대화합과 조국의 선진 일류국가 창조에 전위적인 역할을 수행해 주길 기대해 본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