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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속셈은 정치권 세력재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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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개헌론이 대선가도의 새로운 변수로 등장했다. 개헌을 명분으로 한 정계개편의 가능성이 작지 않기 때문이다.

민주당 이인제(仁濟)의원은 5일 '분권형 대통령제' '4년중임제'를 주장하며 연내 개헌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자민련 김종필(金鍾泌)총재가 곧바로 환영의사를 밝혔다.민국당 김윤환(金潤煥)대표는 지난 4일 '개헌세력의 단결'을 강조했으며 그 전날인 3일에는 민주당 비주류 박상천(朴相千)정개특위 위원장이 '개헌론 공론화'를 선언했다.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개헌론을 띄우고 있는 상황이다.이는 6·13 지방선거에 이어 8·8 국회의원 재·보선에서도 민주당이 참패할 경우에 대비한 자락깔기용으로 볼 수 있다. 정계개편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개헌론자들은 개헌의 명분으로 '제왕적 대통령제의 철폐'를 앞세우고 있다.

1987년 6·29 선언으로 쟁취한 현행 5년 단임 대통령제 헌법은 장기집권 방지라는 목적은 달성했지만 그 이후 세명의 대통령이 모두 임기 시작과 동시에 임기 말 현상을 경험해야 했다는 것이다.

이런 논리에 근거해 이인제 의원은 "6·29 정치혁명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제왕적 절대권력을 갖도록 돼 있는 헌법을 바꿔야 한다"며 '6·29 완성론'까지 내세웠다.

그러나 개헌론자들의 이런 주장은 명분이다. 공통의 목표가 따로 있다는 얘기다. 바로 '반창-비노(反昌-非)'다.

"한나라당 이회창(會昌)후보에 반대하고, 민주당 노무현(武鉉)후보를 지지하지 않는다"는 세력들의 접착제 역할을 개헌론이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은 후보의 지지도가 높을수록,후보의 지지도가 빠질수록 개헌론을 활발히 제기한다. 특히 후보의 낙마를 목표로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개헌론자들의 정치적 속셈은 제각각이다.

민주당 박상천·정균환(鄭均桓)최고위원의 경우 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반창연합' 결성이 목표다. 민주당은 보존돼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을 끌어들이려면 후보의 기득권 포기가 선행돼야 하기 때문에 당내 마찰이 크게 불거질 수도 있다.

반면 자민련 김종필 총재나 민국당 김윤환 대표의 경우 민주당의 틀을 벗어난 새 정당의 결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한국미래연합 박근혜(朴槿惠)대표는 이인제 의원과 몇차례 만나 이원집정부제 개헌쪽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한다. 이들 두 사람도 민주당의 틀을 넘어서야 한다는 입장에 서 있다.

또 '김종필+이인제+박근혜+정몽준(鄭夢準)의 4자 연대'는 鄭의원의 지지도가 급상승하고 그가 연내 개헌에 부정적 입장을 표시함에 따라 주춤한 상태다.

이들이 개헌에 성공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후보와 후보 모두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남경필(南景弼)대변인은 "낙오자들의 합창"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다만 개헌론자들은 한결같이 · 후보에 강한 거부감을 갖고 있어 신당창당 또는 정계개편에 동참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김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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