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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은 이뤄진다 김병현22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4면

'태극 잠수함'과 올스타.

메이저리그 진출 당시 "올스타에서 뛰겠다"는 작은 청년의 당찬 소리는 결코 흰소리가 아니었다. 포부와 자신감이 밴 김병현(23·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투구는 해를 거듭할수록 날카로워졌다. 지난해 월드시리즈 홈런 공포증을 극복한 김병현에게는 든든한 마무리로서의 위용이 갖춰졌다. 그리고 지난 1일 빅리그 데뷔 3년 만에 '별들의 잔치'에 초대장을 받았다.

자신감이 충만한 김병현의 투구는 더욱 힘을 받고 있다. 지난 4일 LA 다저스전에서 세이브를 챙긴 지 하루 만에 홈구장인 피닉스 뱅크원볼파크에서 벌어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전에서 1이닝 1안타·무실점으로 시즌 22세이브를 챙겼다. 방어율은 2.37로 낮아졌다.

◇이제는 넘버원

올시즌 초반 김병현은 출장기회를 주지 않았던 밥 브렌리 감독에게 불만을 털어놓기도 했다. 크게 앞섰거나 지고 있는 경기에 등판시키는 등 들쭉날쭉한 기용이 원인이었다. 심지어 좌완 언더핸드 마이크 마이어스와 2인 마무리 시스템을 도입한다는 소문도 떠돌았다.

그러나 김병현은 실력으로 모든 것을 극복했다. 4월 한달 5세이브를 올리는데 그쳤던 김병현은 5월 2승8세이브, 6월 7세이브를 기록하는 고공비행을 시작했다.

지난달 초 미국 CBS스포츠라인은 양대리그를 통틀어 김병현을 올시즌 메이저리그 구원투수 중 1위에 올리기도 했다. 결국 김병현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한시즌 최다 세이브 기록(20)을 세웠고, 다음날 올스타에 뽑히며 최고의 한해를 맞았다.

더군다나 4일 다저스전에서는 부상에서 돌아온 마무리 투수 마크 맨타이가 먼저 등판했으나 9회 팀이 역전하자 김병현이 굳히기에 나섰다. 이제 김병현이 주전 마무리임을 엿볼 수 있는 순간이었다.

◇몸에 좋은 약은 쓰다

올해 김병현의 성장에는 지난해 월드시리즈 4,5차전에서 연속 홈런을 맞았던 고통이 보약이었다. 타자의 심리를 읽는 수완이 늘었고, 큰 것을 맞고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여유마저 생겼다.

김병현은 지난달 28일 휴스턴 애스트로스전에서 끝내기 만루홈런을 맞고 시즌 첫 패배를 당했으나 이후 네경기에서 무실점 행진을 벌이고 있다. 배포가 커졌다는 증거다.

5일 자이언츠전에서도 위기를 두려워 하지 않는 뚝심이 돋보였다. 9회 등판하자마자 첫 타자에게 볼카운트 2-0에서 중전안타를 맞아 불안했으나 후속타자를 1루수 땅볼로 처리했다.

자이언츠는 1사 2루에서 2회 선취 홈런을 때린 일본인 우타자 신조 쓰요시 대신 좌타자 톰 굿윈을 대타로 내세웠다. 다분히 언더스로 김병현을 의식한 대타 기용이었으나 김병현은 과감한 직구 승부로 좌익수 플라이로 잡았고, 마지막 타자 역시 중견수 플라이로 처리했다.

김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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