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파산 부르는 ‘신청사의 저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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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완공된 성남시 신청사(위쪽). 초호화 청사라는 비난을 받고 있는 이 건물을 짓는 데 3222억원이 투입됐다. 예산 부족으로 지난달 공사가 중단된 대전시 동구청 신청사(아래쪽). [중앙포토], [김성태 프리랜서]

경기도 성남시와 대전시 동구청, 그리고 부산시 남구청의 재정상태가 최악이다. 이대로 가면 직원 월급 주기도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단체장들의 무리한 사업 추진 등이 원인인데 재정이 어려운 다른 자치단체도 적지 않아 전국에 자치단체 부도 도미노 현상이 우려된다.

성남시가 12일 판교특별회계에서 지난 3년간 빌려쓴 5200억원에 대해 지불유예(모라토리엄)를 선언했다. 국내 자치제 역사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이 돈은 판교 신도시 기반시설 건설을 위해 책정됐던 예산이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판교신도시 조성사업비 정산이 이달 중 완료되면 LH(한국토지주택공사)와 국토해양부 등에 5200억원을 갚아야 하지만 현재 시 재정으로는 이를 단기간 또는 한꺼번에 갚을 능력이 안 된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재정 악화 원인으로는 전임시장 재직 당시 추진했던 호화 신청사 건립 등 24건의 사업이 지목됐다.

성남시의 이 같은 지불유예 선언으로 올해부터 판교신도시 기반시설과 계획 중인 판교IC~청계요금소(2㎞) 구간 공사도 차질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판교는 물론 수도권 주민들도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대전시 동구청 역시 파산 직전이다. 올해 10월부터 12월까지 3개월간 예산(소요예산 312억원)을 한 푼도 편성하지 못했다. 지난 2년 동안 298억원의 기채(起債)를 했는데도 이 지경이다. 전임 시장이 신청사 건립(707억원) 등 9건의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한 게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추가로 채권을 발행하지 않으면 올 하반기엔 직원 월급도 못줄 것으로 보인다. 부산시 남구청은 지난해 말 직원 인건비를 조달하지 못해 20억원의 지방채를 발행해 해결했다.

2007년 말 지방채까지 발행해 355억원을 마련해 신청사를 건립하면서 자금 압박이 시작됐다는 게 시민들의 말이다. 최봉기 계명대 정책대학원장은 “ 행정안전부가 예산 집행권을 자치단체장에게만 맡겨놓지 말고 일정 금액 이상을 지출할 때는 통제를 하고 시민이나 의회도 단체장에 대한 감시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전=김방현 기자, 성남=유길용 기자
사진=김성태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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