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계의 이병철’. 지난 2월 라응찬 신한지주 회장 연임이 이사회에서 사실상 확정됐을 때, 신한지주가 만든 자료에 있던 표현이다. 물론 라 회장은 전문경영인이지 창업자도, 대주주도 아니다. 하지만 이는 그가 신한지주에서 차지하는 위치가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준다.
신한지주의 단일 최대주주는 BNP파리바(6.35%)다. 그러나 실질적인 대주주는 따로 있다. 신한은행 창립 때부터 참여한 재일동포 주주 200여 명이 사실상 최대주주 역할을 한다. 이들이 가진 지분은 17% 정도로 추정된다.
라 회장은 이 재일동포 대주주들로부터 깊은 신임을 얻고 있다. 그가 총 19년을 최고경영자(CEO)로 지낼 수 있었던 배경이다.
1982년 신한은행 창립 멤버로 입행한 그는 91년 신한은행장으로 취임한 뒤 행장으로 3연임에 성공했다. 2001년 신한지주 출범 뒤 그는 굿모닝증권 인수, 조흥은행 합병 등 굵직한 인수합병(M&A)을 성공시키며 회사를 키워갔다. 자본금 250억원의 소형은행으로 출발한 신한금융은 자산 312조원의 대형 금융그룹으로 성장했다. 라 회장은 이를 바탕으로 지주회장 4연임, 금융계 최장수 CEO라는 기록을 세웠다.
라 회장이 카리스마가 강하다 보니, 아직 ‘포스트 라응찬’ 구도가 확고하지 못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한지주는 이번에 라 회장이 연임한 것도 후계구도가 아직 안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 문제는 라 회장의 거취가 결정된 후에나 공론화될 수 있다.
한애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