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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 탓에 할인점 전단 '차림표' 달라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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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쌀 10kg 2만9800원, 라면 네 개에 1270원, 어린이 내복 5300원…'.

주부 김지영(32)씨가 지난주 집 근처 대형 할인점에서 구입한 품목이다. 김씨는 쇼핑가기 전 할인점 전단에서 이 물품들을 빨간 펜으로 꼼꼼히 표시한 뒤 전단을 챙겨갔다. 올 초까지만 해도 전단이 배달되면 김치냉장고나 양복 할인행사에 눈길이 가던 김씨였다. 그는 "이제 전단을 받아도 생필품이나 반찬 재료만 보게 된다"며 "쇼핑갈 때에도 전단을 챙겨간 뒤 꼭 필요한 물건만 찍어서 구입한다"고 말했다.

불황의 그림자가 짙어지면서 서민들이 주로 찾는 할인점 전단도 변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전단을 주로 장식하던 의류.가전 제품은 올 들어 크게 줄었다. 대신 쌀.라면.휴지 등 생필품 광고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1만원 이하의 초저가 상품도 늘어났다. 올 하반기부터 '9900원 균일가전' '990원 상품전' 등의 광고가 유독 많이 등장했다.

이마트 방종관 마케팅팀장은 "최근 들어 생필품의 할인 폭을 늘리고 전단에 들어가는 물품 숫자도 늘렸다"며 "소비자들이 가격에 더 민감해졌기 때문에 광고 문구도 '30%' '50%'라고 구체적으로 넣어준다"고 말했다.

1년 전인 이마트의 지난 1월 1일자 전단은 한 페이지가 전부 의류행사였다. 9만8000원짜리 무스탕과 40만원대 스키 세트 광고가 큼지막하게 들어갔다. 하지만 요즘 전단 1면에는 고추장.딸기.호빵 사진이 들어간다. 정상가와 할인가 차이도 제품별로 비교해 놓았다. 지난달 전단에는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봉지 라면 광고가 다시 등장했다.

하지만 이런 노력도 불황 앞에는 역부족이다. 산업자원부의 '유통업체 매출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할인점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9% 떨어지며 8개월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올 들어 지난 10월까지 홈플러스와 롯데마트 등의 소비자 1인당 구매금액(객단가)도 2002년보다 3~8%씩 줄었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할인점들은 새해 벽두부터 대대적인 할인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등의 내년 1월 1일자 전단 1면에 '생필품 30~50% 할인'이 들어간 것도 그 때문이다.

홍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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