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후보 일문일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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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4일 노무현 대통령후보의 표정은 무척 밝았다. 왠지 좌고우면(左顧右眄)하는 것처럼 비춰지던 최근의 모습과 전혀 달랐다.

후보는 자신감 넘치는 어투로 A4용지 10쪽 분량의 회견문을 15분간 또박또박 읽어내려갔다. 회견이 끝나자 배석했던 의원들은 "오랜만에 후보다운 모습을 봤다"고 반겼다. 다음은 일문일답.

-청와대와의 갈등이 예상되는데.

"국민의 뜻을 살펴 정중히 건의한 것이다. 인사권이 지도자의 몫이라 해도 건의할 것은 당당하게 건의해야 한다. 향후 문제는 당 중진들과 협의해 결정하겠다."

-햇볕정책에 대한 기존 입장이 바뀐 것인가.

"전혀 변화된 것이 없다."

-아태재단과 김홍일 의원 문제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기대한다고 했는데.

"사리를 밝혀 말씀드린 것이다. 어떻게 하라고 강요하는 방식은 취하고 싶지 않다."

-부패 청산 제도화는 당내에서도 이견이 많다.

"이 문제는 국민적 요구이자 시대적 요청이다. 다시 논의하면 잘될 것으로 믿는다."

-이른바 '빅4'(국정원장·검찰총장·국세청장·경찰청장)에 대한 인사 청문회 확대 실시는 헌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다.

"헌법에 배치되는지에 대해 양론이 있지만, 시대적 요청이 엄중할 때는 정치적으로 국민이 요구하는 쪽으로 먼저 결단을 내리고 평가를 받은 뒤 필요하다면 헌법을 손질하는 게 순서다. 지금은 헌법 해석에 대해 논쟁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

-고위 공직자 비리 조사 기구는 비리수사처 설치와 특검제 상설화 중 어떤 방법을 택할 것인가.

"비리수사처 설치로 이해해 달라. 이는 결국 특검 조직을 상설화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중립 내각 요구는 현 내각이 공정하지 못하다는 의미인가.

"정부의 공정성을 믿는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국회가 열릴 때마다 선거의 불공정성에 대해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해 왔고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다. 그래서 특단의 결단으로 법무부 장관 추천권을 넘겨주자는 것이다. 엄청난 일 아니냐. 이것으로 모두 매듭짓고, 이제는 미래를 얘기하자는 것이다."

-김홍일 의원 문제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바꾼 것 같은데.

"그런 방식으로는 문제 해결이 안된다고 판단해 언급을 자제해 왔다. 적절히 해결되기를 바란다는 정도로 이해해 달라. (회견을 마치고 나가려다 다시 돌아서서) 한마디만 더 하겠다. 서해 도발('도발'이란 단어를 특히 강조) 사태에 대해 적어도 이회창 후보식으로 대응해서는 안된다. 국민을 대단히 혼란스럽게 하고, 오히려 안보를 위태롭게 할 수 있다. 신중하고 책임있는 자세로 대응해 가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민주당의 대응이 아주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박신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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