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폴 "安全 월드컵 100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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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테러나 훌리건 난동 같은 불의의 사고가 발생할지 모른다는 우려 속에 시작된 한·일 월드컵 축구대회가 별다른 사고없이 폐막됐다.

직전 대회인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 훌리건이 난동을 부린 데다 지난해 미국 9·11 테러의 여파가 완전히 가라앉지 않은 상태에서 대회가 열려 우리 정부는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우리의 철저한 대비와 국제사회의 협력, 성숙한 시민의식 덕분에 역대 어느 대회보다 조용하게 마무리됐다.

경찰은 대회 기간에 경기장·훈련장·공항·항만 등 주요시설 4백여곳에 연인원 기준으로 70만명의 경찰 병력을 배치했다.

◇위험인물 입국 차단=공항 보안당국은 지난 5월 중순 항공사·경찰·기무사·세관·출입국관리사무소·군 경비단 등 20여개 관련기관으로 '월드컵 공항대책반'을 구성, 24시간 근무체제로 운영했다.

대책반은 인터폴(국제경찰)과 각국의 수사기관에서 테러 용의자 6천7백여명과 악성 훌리건 2천7백여명의 명단을 입수, 이들의 입국을 막았다.

세계적으로 '악명'을 떨치고 있는 영국 훌리건 3명을 인천국제공항에서 돌려보냈고, 이들보다 덜 위험한 프랑스·영국인 훌리건 4명을 체류기간 내내 감시했다.

독일·포르투갈 등 11개 정부는 모두 23명의 훌리건 전담수사관을 한국에 파견, 자국 응원단의 돌출행동을 감시했다.

한국에 파견된 인터폴 관계자는 "이번 대회는 인터폴이 테러·훌리건 난동 방지를 위해 공식적으로 국제공조 활동을 벌인 첫 월드컵"이라며 "안전 면에서 1백점짜리 대회였다"고 평가했다.

◇길거리 안전 유지=한국팀의 경기가 열린 일곱차례 동안 전국적으로 모두 2천1백93만명이 길거리 응원에 나섰다.

응원 장소도 78곳에서 4백58곳으로 늘었다. 경찰은 연인원 20만여명을 배치해 질서를 유지했고, 서울시 소방방재본부도 1만5천여명의 소방인력을 투입했다.

탈진환자 65명 등 모두 6백97명을 응급조치한 서울시 소방방재본부측은 "엄청난 인파가 모였는데도 단 한건의 사망사고도 없었다"면서 "시민들이 스스로 질서를 잘 지켜 큰 사고가 없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기장 경비=위험한 물품을 경기장에 갖고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관람객들의 소지품을 철저히 검색했다.

이 과정에서 과도·폭죽·가위 등 1만6천여개의 물품이 반입 금지됐다. 경기장 안팎에 겹겹으로 병력을 배치했으며, 중무장한 경찰특공대 요원들도 요소마다 길목을 지켰다.

특히 훌리건의 난동을 막기 위해 특수훈련을 받은 기마경찰대가 배치됐지만, 정작 큰 소란이 없어 진압에 투입되지는 않았다.

◇요인 경호=각국 선수단과 내빈들은 한국에 머무르는 동안 무장 경찰관들의 '그림자 경호'를 받았으며 테러 목표가 될 가능성이 있던 미국팀에는 경찰특공대 요원들까지 배치됐다.

미 중앙정보국(CIA)과 주한미군은 33명의 특수요원을 자국 선수단 경호에 투입했다.

차량하부 감시장치와 폭발물 처리 로봇 같은 최첨단 대(對)테러 장비들도 도입됐다. 철저한 경호 덕분에 대회 관계자나 선수 중 한명도 위험에 처하는 상황이 생기지 않았다.

김창우·강주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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