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주가 상승하는 이세돌3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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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제1보 (1~17)=이세돌3단의 주가가 다시 상승하고 있다. 연도 MVP를 따낸 2000년 이후 힘겨운 횡보를 거듭하던 李3단이 KTF배 프로기전에서 유창혁9단에게 2대1 역전승을 거두며 우승컵을 움켜쥔 것이다. 2000년 당시에도 李3단은 KTF배의 전신인 배달왕기전에서 바로 유창혁9단을 꺾고 타이틀을 따냈었다.

KTF배 최종국은 유창혁9단이 장문을 착각하는 바람에 불과 95수만에 끝났다. 20분짜리 속기가 유죄였을까. 아무튼 李3단은 유창혁9단 때문에 종종 행복하다.

왕위전은 조훈현9단(4승1패)·서봉수9단(3승1패)·조한승5단(4승2패), 그리고 이세돌3단(3승2패) 4명이 막판 접전을 벌이고 있다. 李3단은 초반 2패를 당해 도전권에서 영영 사라진 듯 보였는데 전승자가 사라지는 혼전 속에서 재기의 기회를 잡았다.

6월 5일 한국기원. 우변을 갈라치지 않고 곧장 걸쳐간 李3단의 백8이 대뜸 시선을 집중시킨다. 9의 협공을 기다려 10, 12로 압박하겠다는 수.

徐9단은 즉각 13으로 나가 15로 끊어버렸다.

"밑으로 길 마음은 없었다. 주위에 흑의 응원병이 많고 축머리도 좋아 전투를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徐9단) 17까지는 정석이나 마찬가지.이 다음은 '참고도' 백1의 절단이 맥점이고 7까지의 수순(6 이음)으로 전투가 발발한다. 그런데 李3단은 이 대목에서 다른 수를 들고나왔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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