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업씨 입김' 속속 드러나 검찰 내부 수사는 난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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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대통령 차남 김홍업씨가 직·간접적으로 개입한 각종 권력형 청탁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국세청·청와대·예금보험공사 등에 대한 청탁의 경로와 관련자의 윤곽이 드러나면서 수사가 활기를 띠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수사대상인 검찰 수사 무마 청탁과 관련한 검찰 내부에 대한 수사는 난항을 겪고 있다.

홍업씨 기소시점인 오는 10일까지 수사를 마무리한다는 목표로 검찰은 수사력을 총동원해 진상을 밝히겠다는 입장이지만 '검찰 게이트'로 번질지는 불확실한 상태다.

◇드러난 '홍업의 힘'=지난달 21일 홍업씨를 구속한 대검 중수부는 그동안 청와대·국세청·예금보험공사·신용보증기금 등을 통해 홍업씨 또는 측근이 기업체의 이권에 개입해온 부분에 대해 집중수사를 벌여왔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국세청 관련 청탁은 안정남 전 청장이 홍업씨의 직접적인 부탁을 받았고, 예금보험공사 관련 부분은 대통령 처조카인 이형택 당시 전무가 술자리 등에서 청탁을 받았던 사실을 확인했다.

또 건설사에 대한 신용보증서 발급 청탁은 신용보증기금의 손용문 전무를 통해 해결한 사실도 밝혀냈다.

청와대 관련 청탁만 '윗선'의 개입이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검찰은 오시덕 전 주공 사장에 대한 청와대 내사 무마건에 개입한 청와대 행정관을 불러 일처리 경위를 조사할 계획이다. 검찰은 홍업씨가 다른 청탁건에서 대상 기관의 최고위급과 직접 접촉하며 '민원'을 해결해온 점에 비춰 청와대 관련 건 역시 수석급 인사가 연루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홍업씨가 직접 개입한 이들 네개 기관에 대한 청탁은 모두 성공했다. 검찰은 전전무의 지시를 받은 예보공사 직원은 건설사 화의 인가에 적극적으로 협력했고, 국세청의 세무조사 무마나 모범납세자상 선정에도 홍업씨의 힘이 작용했음을 확인했다.

◇난항 겪는 검찰 내부 수사=검찰이 가장 애로를 겪고 있는 부분은 검찰 내부에 대한 수사다. 홍업씨 측근 김성환씨가 개입한 정황이 포착된 세 건의 검찰 수사에 대한 조사가 아직은 난항이다.

중수 3과에 6명의 전담수사팀까지 편성한 검찰은 1일까지 1998년 수원지검의 만덕주택 대표 뇌물공여 사건, 2001년 서울지검의 이재관 전 새한그룹 부회장 무역금융 사기 사건, 지난해 울산지검의 심완구 시장 뇌물 내사 사건을 맡았던 주임검사·부장검사를 모두 불러 조사했지만 윗선의 개입이나 축소 수사의 흔적을 발견하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 실무진에게서 '윗선'의 개입 사실을 확인하려던 수사팀의 계획이 벽에 부닥친 것이다. 따라서 검찰은 홍업씨나 김성환씨에게서 직접 부탁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는 검찰 고위 간부에 대한 직접적인 조사를 검토하고 있다.

검찰은 사건 관련자로부터 김성환씨가 지난해 초 검찰 수사 관련 청탁의 대상으로 당시 대검의 고위급 간부를 언급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상태다.또 김성환씨가 그를 접촉한 정황도 포착했다.

하지만 검찰은 그를 불러 조사한다 해도 청탁수수 또는 수사개입이 사실로 확인될 가능성이 크지 않고 자칫 당사자와 검찰 내부의 반발을 살 우려 때문에 조사를 미루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뚜렷한 혐의가 드러나지 않은 상태라서 소환하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조사를 하지 않으면 봐주기 수사라는 비난을 살게 분명한 진퇴양난의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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