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통 경계… 군화 신고 취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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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1일 오후 인천시 옹진군 연평도에 주둔하고 있는 해병 연평부대. 코앞에서 남북한 교전이 벌어져 일촉즉발의 긴장감에 휩싸였던 이 부대 장병들은 사흘째 내려진 전군 비상경계령 속에 추가적인 돌발상황에 대비해 24시간 물샐 틈 없는 경계근무를 하고 있다. 휴가·외박을 나갔던 병사들은 이날까지 모두 귀대했으며, 장병들은 취침 때도 군화를 신고 전투복을 입은 채 즉각 출동태세를 갖추고 있다.

"먼저 간 전우의 뜻을 받들어 적의 조그만 도발이라도 더 이상 용납하지 않겠습니다."

지난해 8월 입대해 교전 경험이 없다는 서우석(중화기 중대)일병은 북한군이 다시 도발할 경우 응징할 각오가 돼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 부대는 지난달 29일 남북한 경비정간에 교전이 시작된 직후부터 화력과 대공망을 대폭 강화했다. 또 당시 바다에서 조업 중이던 어선 50여척을 연평도 당섬 부두로 대피시키기도 했다.

해안 중대장 손창언(28)대위는 "전부대원은 적의 기습에 대비해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다"면서 "어떠한 문제가 생기더라도 이곳이 우리의 무덤이라는 각오로 연평도를 굳게 지킬 것"이라고 다짐했다.

인근 백령도에 주둔하고 있는 해병대 흑룡부대원들도 비상 경계를 펼치며 실전을 방불케 하는 훈련에 여념이 없다. 특히 백령도에선 해병대의 작전 지휘를 받는 여자예비군 60여명까지 경비에 투입됐다. 백령도 예하 대대급 부대가 주둔 중인 대청·소청도와 연평부대 예하 1개 중대가 배치된 우도에서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군의 경비가 강화된 가운데 연평면사무소 2층에 설치된 합동분향소에는 사흘째 주민들의 조문이 이어졌다. 어민회 부회장 최율(46)씨는 "여객선 운항이 하루 만에 재개돼 다행이지만 불안감은 여전하다"고 말했다. 또 국내외 언론사 취재진들이 몰려 북새통을 이룬 한 여관의 주인은 "장사도 좋지만 하루 빨리 사태가 해결돼 일상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남북한 교전 직후 일시적으로 운항이 중단됐던 인천여객터미널은 1일 연평·백령·대청도 항로를 비롯해 서해 도서지역을 오가는 13개 항로 여객선 14척이 이틀째 정상 운항을 하고 있다. 관광지인 덕적·이작도 등 인근 섬지역에도 지역 주민과 관광객들이 평소와 같이 자유롭게 여객선을 이용하고 있다.

인천여객터미널 관계자는 "서해교전에도 불구하고 서해5도를 운항하는 여객선 승객은 평소와 별 차이가 없으나 월드컵 임시공휴일을 맞아 당일 오갈 수 있는 인근 지역 섬은 오히려 승객이 조금 늘었다"고 말했다.

연평도=정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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