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바우두 왼발이 흐름 바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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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호나우두는 '지는 해''한물 간 축구'로 힐난받던 자신의 조국 브라질을 우승으로 이끄는 대단한 괴력을 발휘했다.

브라질의 공격과 독일의 수비가 충돌한 격전에서 브라질은 전반 5분여 동안 경기를 지배했지만 이후 독일의 강력한 대인마크와 태클을 수반한 거친 플레이에 밀리며 주도권을 빼앗겼다.

독일은 좌우 측면을 돌파하며 브라질 수비를 압박하는 위협적인 플레이로 경기를 주도했다.그러나 독일은 결정적인 골을 터뜨릴 수 있는 스타가 없는 한계를 드러냈다.16강전부터 단 한골도 못 넣은 클로제는 이날도 예레미스·슈나이더·프링스·보데 등이 엮어준 찬스를 골로 만들지 못했다.

이 한계는 공격의 주도권을 다시 브라질에 넘겨주는 빌미가 됐고,브라질은 호나우두와 호나우디뉴의 절묘한 콤비플레이로 독일 문전을 괴롭히기 시작했다.

전반 45분 동안 경기 주도율에서는 독일이 약 3~4% 앞섰지만 결정적인 골 기회는 브라질이 월등 우세했다.그러나 브라질의 득점 기회는 경기 전 야신상 수상자로 발표된 칸에게 막혔다.

독일은 간헐적으로 기습에 성공,중거리 슈팅을 날렸지만 슈팅 난조로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후반 초반 독일이 드세게 몰아쳤지만 전반 내내 부진했던 히바우두가 부활하며 경기의 분위기는 브라질쪽으로 크게 쏠렸다.

22분 호나우두가 터뜨린 선취골은 히바우두의 역할이 80% 이상 차지할 정도였다.

현존하는 축구선수 중 '신이 선물한 세계 최고의 왼발 보유자'라는 찬사를 확인시켜준 히바우두의 번개슈팅은 세계 최고 수문장 칸을 허물어뜨렸다.

왜 히바우두가 천재인가. 보통 선수 같으면 강한 킥을 할 경우 볼을 앞으로 굴린 후 달려가며 슈팅하지만 히바우두는 볼을 컨트롤하며 곧바로 슛을 날렸다. 이 한 순간이 브라질에는 우승의 기쁨을, 독일에는 패배의 아픔을 안겼다.

이후 브라질은 더욱 안정되게 경기를 지배했다.클레베르손·지우베르투·카를루스·카푸 등 미드필드진의 완벽한 밸런스와 수비수 호케 주니오르·에드미우손·루시우 등의 완벽한 방어시스템은 더욱 힘을 받기 시작했다.

독일의 단조로운 공격으로는 브라질의 강력한 스리백 라인을 허물기에 힘이 부쳤다.

남미지역 예선전 당시만 해도 브라질 축구는 동네북이었지만 이면을 꼼꼼히 살피면 왜 브라질 축구가 세계 최강인가를 확인케 됐다. 전세계의 프로축구팀에 무려 2천여명의 선수를 팔았고, 이중 1천5백여명이 유럽에서 활약하며 풍부한 인적자원을 구축했던 점과 모래알 같은 팀워크를 곧추세운 스콜라리 감독의 강력한 카리스마가 어우러진 결과였다.

예선 때의 부진이 선수들을 결집시키는 심리적 상승요인과 조별리그 대진이 수월하게 짜였던 점, 최대의 난적이었던 잉글랜드와의 8강전에서 역전승을 일군 점도 우승의 원동력이었다.

브라질을 통해 월드컵에서 우승을 하려면 우선 능력있는 선수가 있어야 하고, 하늘의 도움인 유리한 조 편성, 또 한달 동안 치러지는 월드컵의 특성을 잘 살리는 지도자와 선수들의 지혜가 어우러져야 함을 볼 수 있었다.

<중앙일보 축구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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