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전규칙 따르다 당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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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지난달 29일 발생한 북한의 서해 도발 때 우리 해군은 교전규칙에 따른 초동작전 운영의 어려움과 확전 가능성에 대한 우려로 초기대응과 후속대응을 충분히 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와 관련, 김동신(金東信)국방부 장관은 30일 서해교전 점검회의를 하고 북한의 기습공격에 취약점을 드러낸 우리 해군의 교전규칙 등 북한 도발 대응태세를 보완하라고 지시했다.

국방부는 또 앞으로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한 북한 함정에 퇴거를 요구하는 대응작전팀을 현재의 고속정 편대(2척)에 호위함(1천5백t)과 초계함(1천2백t)을 보강해 운영키로 했다.

한편 북한 경비정은 장착하고 있던 모든 포(砲)를 총동원해 순식간에 우리 고속정의 지휘부와 대응무기를 기습공격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관계기사 3,4,5,27면>

군 고위 관계자는 30일 "교전에 참가했던 해군들을 상대로 파악한 결과 NLL을 침범한 북한 경비정 중 한척이 경고방송을 하던 참수리 357호 고속정의 조타실 등을 향해 일제히 조준사격하는 바람에 일순간에 정장 윤영하 대위 등 지휘부가 전사 또는 중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 경비정은 85㎜포와 76㎜포, 14.5㎜포 등 보유하고 있는 모든 포를 이용해 고속정의 조타실과 함교·통신실·20㎜포 등을 겨냥해 일제히 기습공격을 했다"면서 "이에 따라 북한 경비정의 첫 공격에 고속정의 지휘체계와 통신망이 붕괴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당시 북한 경비정은 12노트(약 시속 21.6㎞)의 느린 속도로 기동했다"며 "이는 북한 경비정의 모든 포가 수동으로 작동해야 하기 때문에 일부러 느린 속도로 기동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특히 북한 경비정 2척은 7마일 거리를 두고 7분 간격으로 NLL을 넘어 우리 해군이 인근 해역을 경비 중인 고속정 2개 편대를 1개 편대씩으로 나눠 분산 배치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등 처음부터 기습공격 의도를 갖고 있었던 것으로 군 당국은 분석했다.

그러나 일부 군사전문가들은 "우리 해군 교전규칙이 기습공격에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는데다 기습공격한 북한 경비정을 초계함에 탑재된 하푼 미사일을 사용해서라도 침몰시켰어야 재발을 방지할 수 있는데 확전 등을 우려해 적극 대응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민석 군사전문기자·이철희 기자

임성준(任晟準)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30일 "군이 나름대로 대북 경계·경비 등 군사적 조치를 강화하고 있으며, 필요할 경우 합참의 교전 규칙을 수정하는 것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任수석은 또 7월 둘째주로 알려진 미국의 대북 특사 파견 일정과 관련, "우리로서는 그대로 진행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도쿄=전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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