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보험 피보험자별로 관리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내일은 고용보험제도가 시행된 지 7년 되는 날이다. 이 제도의 도입에 주도적 역할을 한 필자로서는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실업급여 중심의 선진국들과 달리 우리나라의 고용보험제도에는 실업을 줄이기 위한 적극적인 노동시장 정책이 가미돼 있다. 이 때문에 명칭도 실업보험제가 아니라 고용보험제다.

정부는 외환 위기 이후 이 제도에 따라 실직 근로자 생활 안정은 물론 실업 예방과 실직 근로자에 대한 재취업 훈련 등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수 있었다. 제도 시행을 계기로 노동시장의 정보 제공 체계를 구축하는 등 노동시장 인프라가 발전했다. 또 고용보험 재정을 건전하게 운용해 다른 사회보험제도의 귀감이 되고 있다.

하지만 고용보험제도가 확고히 뿌리 내리기 위해서는 아직도 노력해야 할 점이 적지 않다고 본다.

첫째, 고용보험제도 운영의 기반이 되는 노동시장 인프라의 확충과 발전에 더욱 노력해야 한다.

산업구조 및 노동시장의 급격한 변화 과정에서 부문별·기술 수준별 인력 수급 불일치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노동시장의 변화를 구인자와 구직자에게 신속히 알려주고 교육훈련 과정이 산업구조의 변화에 신속히 적응할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는 노동시장의 변화를 체계적으로 수집·분석해 제공할 수 있는 정보체계를 발전시키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부가 제공하고 있는 노동시장 정보의 양과 질을 획기적으로 확충하고, 일선 직업안정기관의 상담원들이 취업 알선에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할 것이다. 또 직업안정기관 상담원의 전문성을 높이고 우수 상담원들이 열정을 갖고 서비스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둘째, 고용보험 사업의 수혜 요건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 부적절한 서류의 요구나 비현실적인 요건을 제도의 근본 취지와 수요자의 요구에 맞춰 개선해 나가야 할 것이다. 불필요한 서류를 요구하거나 비현실적인 요건을 유지할 경우 고용보험 사업을 활성화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고용보험제도 시행의 의미가 퇴색될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지나치게 엄격히 규정돼 있는 실업급여의 지급 제한 사유를 재검토해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저소득 실업자의 최소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실업급여 수혜율은 15%선으로 사회안전망으로서의 고용보험 역할이 여전히 미흡한 편이다. 따라서 자발적 실업자에 대한 실업급여의 지급 제한을 합리적으로 조정해야 할 것이다. 자발적 실업자 가운데서도 사실상 비자발적 실업자가 된 저소득 장기 실업자에 대해선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실업급여를 지급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이다.

넷째, 현재 사업장별로 관리·운영하고 있는 고용보험 관리체계를 피보험자별로도 관리하도록 함으로써 사회보험의 통합 적용·징수에 대비하고 고용보험 전산망을 통해 가장 생생한 고용 정보가 생산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고용보험제도는 경제상황 및 노동시장 여건의 변화에 효율적으로 대응해 나갈 때 성공적으로 정착해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우선 고용보험제도의 성과를 제대로 평가해야 한다. 그런 다음 이 평가를 바탕으로 제도를 개선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 이러한 노력이 뒷받침될 때 고용보험제도는 국민의 사랑을 받으면서 실업자의 사회안전망과 적극적인 노동시장 정책의 제도적 장치로서 발전을 거듭할 수 있다고 본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