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두언 + 남경필’ 표 합하면 1위 … ‘양강 구도’ 흔들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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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비전 발표회가 11일 대전에서 열렸다. 남경필·서병수·정두언·홍준표·이성헌·이혜훈 후보자와 김무성 원내대표, 안상수·김성식·정미경·김대식·한선교·나경원 후보자(왼쪽부터)가 만세를 외치고 있다. [김형수 기자]

7·14 한나라당 전당대회 경선에 나선 정두언·남경필 후보 간의 단일화가 11일 성사됐다. 단일후보는 정 후보로 결정됐다.

정태근 의원은 이날 오후 여론조사에 따른 단일화 결과를 발표하면서 “박빙의 차이였다”고 밝혔다. 단일화 조사는 10일과 11일 이틀간 여론조사기관 두 곳이 각각 대의원 1000명, 국민 1000명(총 4000명)을 상대로 이뤄졌다. 전당대회 방식대로 대의원 70%, 일반 국민 30%로 반영했다. 당 관계자는 “대의원의 경우 조사기관 두 곳 모두에서 정 의원이 앞섰고 일반인 상대 여론조사에선 남 의원이 앞섰으나 전체적으론 정 의원이 더 표를 얻었다”고 전했다.

정두언 후보는 후보 단일화 직후 “한국 정치는 그간 기득권 정치에 찌들어 있었고 희생과 양보는 물론 상상력도 전혀 없이 현상 유지에 급급했다”며 “우리 둘은 이런 기득권 정치 구도를 깨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어 “단일후보로서 당 대표가 되면 진짜 고리타분하고 기득권 정치에 찌든 한나라당을 잠에서 깨어나게 할 것”이라며 “대통령에게 충성한답시고 호가호위하면서 국정을 혼란스럽게 하는 일이 더 이상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정 후보는 남 후보를 향해선 “남 후보가 안 된 게 더 가슴 아프고 미안하게 생각한다”며 “남 후보의 뜻을 받아 한나라당의 진정한 개혁을 완수하겠다”고 말했다.

남 후보는 “정 후보가 꼭 당 대표가 돼 우리가 같이 약속했던 일들을 반드시 성취할 수 있도록 하는 데 내가 밀알이 된다면 오늘의 패배가 부끄럽지 않다”며 “정 후보에게 힘을 몰아달라”고 했다. 두 사람은 두 차례 포옹했다.

한나라당은 이번 전대를 통해 5명의 최고위원을 선출한다. 그중 최고 득표자가 당 대표가 된다. 당내에선 두 사람 모두 당선권으로 분류됐다. 3~5위권 정도였다고 한다. 두 사람의 표를 단순 합산하면 안상수·홍준표 등 앞서가는 후보들을 제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정 후보로선 후보단일화의 상승세를 탈 수도 있다. 따라서 안·홍 후보의 양강 구도가 흔들릴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경쟁자들의 견해는 좀 다르다. “정 의원이 최근 권력투쟁설 등 어려운 처지에서 단일화란 모험을 했고 예기치 않은 승리로 정치적 입지를 굳히고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의미”(안상수 후보 측)란 게 그나마 가장 후한 평가다.

단일화의 시너지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보는 측은 정 후보와 남 후보 지지층이 이질적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정 후보는 대의원에서, 남 후보는 일반인 여론조사에서 강세를 보였다. 당 관계자는 “올 초 서울시장 경선 때 나경원·원희룡 의원 간의 후보단일화 양상과 비슷하다”며 “나 의원이 후보단일화 혜택을 누렸느냐”고 반문했다.

홍준표 후보 측 김정권 의원도 “남 의원 지지표는 당의 변화와 세력·세대교체, 계파 화합을 바라는 성향이기 때문에 정 후보로 다 가진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안 후보 측도 “남 의원의 표가 경기도에 기반한 사람들이 많아 경기 출신의 안상수 후보에게 오는 사람도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분명한 건 친이·친박 간 대결 구도가 명확해졌다는 점이다. 남 후보는 상대적으로 중도 성향으로 분류됐다. 하지만 남 후보의 퇴장으로 세는 친이 진영과 친박 진영으로 양분되는 양상이다. 친이계 내부도 정 후보와 안상수·홍준표·김대식 후보, 친이 성향의 중립 나경원 후보 등 5명의 대결이 복잡하게 벌어지게 됐다.

친박계에선 “친이 결집에 따라 친박 후보도 결집돼 결과적으로 친박 최고위원 한 자리가 확실해지지 않았나”(유기준)란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친박계 내부의 단일화 압박도 거세지게 됐다. 친박계 지분 30%를 두고 서병수·이성헌·이혜훈·한선교 후보 등 4명이 각축하는 구도이기 때문이다.

글=고정애·정효식·허진 기자
사진=김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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