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념 경제] 잠수함 때문에 그리스 경제 침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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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잠수함이 그리스 침몰에 일조했다.” 10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그리스의 무기 수입은 막대한 국가부채를 누적시킨 요인 중 하나”라며 이같이 보도했다. 실제로 그리스를 빚더미에 빠뜨린 주범 중 하나는 과도한 군비다. 특히 최근 주목을 끈 건 독일에 10억 유로를 넘게 주고 사들이기로 한 잠수함 두 척이다. 이 계획은 그리스가 재정 불안에 휘청대고 있던 지난 3월 발표됐다. 그리스는 잠수함 외에도 프랑스로부터 프리깃함 6척, 헬리콥터 15대를 더 사들일 계획이다.

인구 1100만 명에 불과한 그리스는 유럽 내에서 재래식 무기를 가장 많이 수입하는 나라다. 전 세계를 통틀어도 중국·인도·아랍에미리트(UAE)·한국에 이은 다섯째 무기 수입국이다. 국내총생산(GDP)에서 국방비가 차지하는 비중도 3.4%로 유로권 평균(1.8%)보다 훨씬 높다.

이처럼 엄청난 군비를 쓰고 있는 건 이웃 터키와의 갈등 때문이다. 특히 1996년 영해 분쟁으로 군사 충돌 직전까지 가자 두 나라는 본격적인 군비 경쟁에 돌입했다. 최근 주목을 끈 잠수함 도입 계약이 처음 맺어진 것도 이 무렵이다.

아이로니컬한 것은 앞에선 허리띠를 조이라고 하고, 뒤에선 값비싼 무기를 파는 채권국들의 행태다. 여기저기서 구린내도 난다. WSJ는 독일 검찰이 최근 그리스와의 잠수함 거래 과정에서 독일 군수업체가 그리스 관리들에게 수백만 유로의 뇌물을 건넨 혐의를 수사 중이라고 전했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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