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 대회 운영도 이만하면 : 전세계에 고동친 '다이내믹 대~한민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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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독일의 일간지 쥐트도이체 차이퉁은 27일자(현지시간)에 '한국이 2002년 한·일 월드컵의 최대 수익국'이라고 보도했다. 월드컵으로 고조된 국민적 단합과 국가 홍보 효과로 인해 경제에도 활력을 가져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은 '이번 월드컵이 한국 사회와 경제의 역동성을 유감없이 입증했다'고 전했다.

분명한 사실은 이번 월드컵이 성공한 대회라는 점이며 여기에 대해 국제 사회도 이론이 없다. 무엇이 월드컵의 성공을 가능하게 했을까. 국민은 붉은 티셔츠를 입고 하나가 되었고, 선수들은 놀라운 성적을 거뒀으며 관계자들은 흠잡을 데 없는 대회 진행으로 한국의 월드컵 개최 능력을 과시했다.

▶국민을 하나로

붉은 옷을 입고 승리를 기원하는 함성은 지역과 성별, 세대간의 벽을 모두 허물었다. 길거리 응원에 참여한 국민은 지난 25일 독일전의 경우 7백만명에 이르렀다. 텔레비전 중계 화면에서는 '대한민국'이라는 국명이 사용되기 시작했다. 한국 선수들의 선전과 함께 국민의 애국심과 자부심은 최고조에 이르렀다. 태극기는 숭배의 대상에서 자랑거리가 되어 저마다 몸에서 떼어놓지 않았다. 해외에 진출한 동포들도 월드컵을 계기로 조국에 대한 긍지가 더욱 강해졌다. 북한도 한국-이탈리아전을 녹화 중계하며 우호적인 논평으로 성의 표시를 했다. 한국은 세계를 향한 자신감을 얻었다. 세계 언론은 이 엄청난 변화에 경악했다.

▶공동 개최도 성공적

월드컵 사상 처음으로 이뤄진 공동 개최는 성공적이었다. 국제축구연맹(FIFA)과 세계 언론은 양국 조직위원회가 뛰어난 능력을 발휘해 공동 개최라는 사실조차 느끼지 못할 만큼 완벽한 대회를 운영했다고 평가했다. 대회의 공식 명칭·경기장 배분·일정 조정·출입국 절차·대회 정보 서비스 방식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았으나 모두 최선의 합의를 이뤄냈다. 개막전은 한국, 결승전은 일본에서 열고 대회 기간 비자를 면제한 것은 공동 개최의 의미를 살린 최선의 선택이었다. 공동 개최를 통해 형성된 양국의 일체감은 감정의 앙금이 남아 있는 두 나라의 새로운 협력 가능성마저 열어 보였다.

▶옥에 티

관중석 공석 사태, 숙박업소 예약 취소 사태 등은 모두 FIFA에 근본적인 책임이 있다. 특히 관중석 공석 사태는 대회 성공을 위협할 정도의 스캔들로 세계적인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FIFA는 그 책임을 한국과 일본 조직위원회에 떠넘겼다. 일본의 일부 지자체에서는 FIFA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방침을 밝히고 있다. FIFA로부터 입장권·숙박 사업 대행권을 위임받은 바이롬사는 대형 이벤트를 감당할 능력이 있는지 의심케 할 만큼 모든 책임 분야에서 잡음을 빚었다.

허진석 기자

<시리즈 순서>

① 달라진 한국 축구

② 대회 운영도 이만하면

③ '히딩크 이후'가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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