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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규모 연 5500억 … 아로나민·삐콤 47년간 비타민 라이벌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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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4호 22면

국내 비타민 시장은 연간 55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2000년대 이후 매년 5% 이상 성장하고 있다. 갈수록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 시장이 꾸준히 커질 전망이다.

쑥쑥 크는 국내 비타민 시장

크게는 비타민B군을 중심으로 한 종합 비타민제와 비타민C 제품으로 나눌 수 있다. 종합 비타민의 대표주자는 일동제약의 '아로나민'이다. 1963년 첫선을 보인 이래 47년간 사랑을 받으며 선두를 지키고 있다. 70년에는 비타민C와 E를 보강한 '아로나민 골드'도 선보였다. 요즘도 분기당 100억원어치씩 팔리는 아로나민은 이금기(78) 일동후디스 회장의 작품이다. 쌀을 주식으로 하는 한국인들이 비타민B 부족 상태가 되기 쉽다는 점을 감안해 만들었다. 서울대 약학과를 졸업한 뒤 일동제약에 평사원으로 입사한 이 회장은 아로나민의 성공으로 1984년 대표이사에 취임해 26년 동안 '오너나 다름없는' 최고경영자(CEO)로 자리를 지켰다. 지난달 일동제약을 떠나 자신이 2대주주인 일동후디스 경영에 집중하고 있다.

아로나민의 영원한 맞수가 같은 해(1963년)에 나온 유한양행의 '삐콤'이다. 이름부터 '비타민B 콤플렉스(복합제)'를 줄여서 붙였다. 87년에는 비타민C 성분을 강화하면서 '삐콤씨'가 됐다. 제품명 자체가 비타민B·C 복합제를 뜻하는 셈이다. 삐콤은 영양결핍에 시달리는 국민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해야 한다는 창업자 유일한 회장의 강력한 의지에서 태어났다. 삐콤의 연간 매출은 100억원을 넘는다.

외국 제품으로는 다국적제약사 와이어스의 ‘센트룸’이 대표적이다. 비타민A를 비롯해 엽산·철분 등을 함유하고 있다. 최근에는 사노피-아벤티스에서 50년 전통의 ‘세노비스'를 내놓았다. 건강기능식품 천국으로 불리는 호주에서 대형 마트 판매량 1위를 차지한 브랜드다.

한 알에 1000㎎(1g) 이상의 비타민C를 함유한 고농도 비타민C 정제도 각광을 받고 있다. 종합 비타민제는 하루 권장량인 60㎎에서 많아야 600㎎ 정도의 비타민C를 담고 있다. 비타민C의 강자는 고려은단이다. 일본인 관광객들이 김·막걸리 등과 함께 선물용으로 몇 통씩 사 가지고 갈 정도로 인기다. 고려은단은 '독일 제약사 DSM의 영국 공장에서 생산하는 원료를 국내에서 독점으로 사용한다'고 강조한다. 고려은단은 1946년 고 조규철 회장이 개성에 창립했다. 70년대에 아버지로부터 경영권을 이어받은 조창현 회장이 94년 비타민C 시장에 뛰어들었다. 2000년 취임한 조영조 사장이 3대째 가족경영의 전통을 잇고 있다.

알약이 아닌 가루 비타민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레모나는 1983년 첫선을 보였다. 비타민C 함량은 고농도 알약보다 작지만 약국뿐 아니라 편의점·대형마트에서도 살 수 있고 먹기가 편한 것이 장점이다. 비타민 제제 시장의 60% 이상을 차지하며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다. 박용후 경남제약 이사는"지난해에는 신종플루로 비타민제 수요가 급증하면서 석 달 만에 50억원어치 이상이 팔리기도 했다"며 "레모나C유산균·워터믹스 등 다양한 제품을 내놓아 비타민 부문에서 올해 70억원의 추가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대웅제약이 '임팩타민파워'로 도전장을 던졌다.

천연원료를 앞세운 한국야쿠르트의 신제품도 돌풍을 일으켰다. 올 4월 이 회사의 건강기능식품 전문 브랜드 '야쿠르트나무'가 내놓은 '브이푸드'는 출시 50일 만에 매출 100억원을 넘어섰다. 고현정이 등장하는 광고에다 '야쿠르트 아줌마'의 배달 유통망이 시너지 효과를 낸 덕이다. 한국야쿠르트는 '합성 비타민 제품과 달리 브이푸드는 과일이나 효모 등 천연원료에서 비타민을 추출한 제품'이라고 강조했다.

비타민C의 경우 ▶원유에서 추출하거나 ▶감자·옥수수 등을 발효시켜 합성하거나 ▶아세로라 등의 천연식품에서 추출해 만든다. 원유에서 추출하는 순도 100%의 비타민C 분말은 주로 실험용으로 쓴다. 합성 비타민은 싼 가격으로 대량생산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최근 원료인 옥수수가 바이오디젤 연료용으로 많이 쓰이면서 가격이 올라 비타민C 가격도 덩달아 50% 정도 올랐다. 천연재료에서 비타민C 1000㎎을 얻으려면 감귤 34개가 필요하다. 합성 비타민에 비해 원가가 많이 들고 그만큼 가격도 비싸다. 전문가들은 수용성 비타민인 B·C는 천연재료와 합성 제품의 효과가 거의 같다고 말한다. 반면 지용성인 A·D·E·K는 천연이 합성보다 흡수가 빠르고 효과도 크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흡수율이 떨어진다고 합성 비타민이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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