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열’ 말라리아 걸리면 100명 중 1명꼴 사망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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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4호 15면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을 기념해 아프리카 국가 등에서 순회공연을 하고 귀국한 국립국악원 소속 무용단원 2명이 말라리아에 감염돼 치료 중 차례로 숨졌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접했다.

원장원의 알기 쉬운 의학 이야기

말라리아(Malaria)는 말라리아 원충이 기생하는 모기에 물려 걸리는 병이다. 발열과 오한·두통·근육통·빈혈 등의 증상을 보인다. 말라리아란 용어는 이탈리아어로 ‘나쁜’의 뜻을 가진 ‘mal’과 ‘공기’를 뜻하는 ‘aria’가 결합한 것이다. 19세기 말엽까지도 말라리아가 나쁜 공기를 통해 전파된다고 오인해 그런 이름이 붙었다. 우리나라에선 ‘학질’로 불려 왔다.

국내에서 주로 감염되는 말라리아는 ‘삼일열 말라리아’다. 이 말라리아에 걸리면 48시간마다 열이 나는 특징이 있다. 3일째마다 열이 난다고 해 붙여진 이름이다. ‘하루거리’라고도 불린다. 반면 열대열 말라리아는 매일 열이 나는 특징이 있으나 불규칙한 양상으로 열이 나기도 한다. 국내에서 감염되는 삼일열 말라리아의 경우 사망에 이르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하지만 열대 지역에서 잘 감염되는 열대열 말라리아는 증상이 더 심각하다. 감염 환자 중 1% 정도는 사망할 수도 있다.

열대열 말라리아의 잠복기는 9~14일이며 늦어도 감염 2개월 이내에 증상이 나타난다. 반면 삼일열 말라리아는 간(肝)에서 장기간 휴지기 상태로 있다가 발현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감염된 뒤 증상이 없다가 1년 정도 지나서야 발병하는 경우가 적잖다.

말라리아 감염 위험이 높은 지역으로 여행할 때는 예방 약제를 복용해야 한다. 과거에 많이 사용하던 ‘클로로퀸’(키니네라고도 한다)이란 약은 많은 지역에서 내성이 생겨 지금은 잘 사용되지 않는다. 이번에 월드컵이 열린 남아공도 클로로퀸에 내성을 보이는 지역이다. 그 대신 ‘메플로퀸’이란 약은 클로로퀸에 내성이 있는 지역에서도 말라리아 예방 효과가 있다. 메플로퀸을 복용하면 약 90%에서 예방 효과가 있으나 100% 예방되는 건 아니란 것을 기억해야 한다.

즉 말라리아 예방약을 복용해도 완전히 말라리아를 예방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위험 지역을 여행할 때는 자나 깨나 모기에게 물리지 않게 주의해야 한다. ‘세계에서 가장 섹시한 여성’으로 꼽히는 영국의 팝스타 셰릴 콜도 최근 아프리카 탄자니아에서 휴가를 보내면서 예방약을 복용했음에도 말라리아에 걸려 입원했다고 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메플로퀸을 말라리아 예방을 위해 복용할 때는 매주 1회 복용하며, 말라리아 위험 여행지에 도착하기 최소 2주 전에 복용을 시작하되 위험 여행지를 떠난 뒤 4주간 더 복용해야 한다. 여행지를 떠난 뒤 4주간 더 복용해야 하는 이유는 말라리아 원충이 간에 잠복해 있을 때는 메플로퀸이 효과가 없고 몇 주 후 혈액으로 나올 때야 비로소 말라리아 원충을 사멸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캄보디아와 태국 국경, 태국과 미얀마 국경 지역, 베트남 남부의 열대열 말라리아는 메플로퀸에도 내성을 보이며, 이 경우는 독시사이클린이란 항생제를 예방 목적으로 복용한다. 한 가지 다행인 것은 말라리아 유행 지역일지라도 도시 중심부 등은 말라리아로부터 비교적 안전하다는 것이다.

열대 지역으로 해외여행을 떠날 예정이라면 질병정보망 사이트(travelinfo.cdc.go.kr)를 방문해 말라리아 유행 지역인지, 클로로퀸에 내성을 보이는 지역인지 등을 사전에 파악할 필요가 있다. 의사의 진료를 받고 적절한 말라리아 예방약을 처방받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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