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상> 6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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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빗속에서 모래재를 넘는다

굵은 비 내리는 팔백 고지의 모래재

어딜 가느냐, 푸른 번개 길을 막아서는

일상의 권태로움이 제 길을 벗어난다

타이르며 혼자 넘는 서러운 여름 오후를

아슬하게 비껴 가는 생의 고빗길에서

몸 속의 관절을 빠져 나온 윤활유를 점검한다

숨 헐떡이며 올라가면 밀고온 돌 다시 놓여

불면의 불을 켜는 시지프스의 내리막길이

경고등 무시하면서 가속 페달을 밟는다

손영희<경남 진주시 하대동 105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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