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지사 관사 71년 만에 개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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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9일 청주 시민들이 71년 만에 개방된 청주시 수동의 충북도지사 관사를 둘러보고 있다. 관사는 일제시대인 1939년 완공됐으며, 69년에 신관이 추가로 지어졌다. 충북도청에서 500m 거리에 있다. [충청북도 제공]

9일 오전 11시 충북 청주시 상당구 수동 충북지사 관사. 한 중년 부부가 정문에서 50m를 걸어 올라간다. “공원보다 낫다. 아침저녁으로 산책하기 안성맞춤”이라며 감탄했다. 잠시 뒤 근처에 사는 20여 명의 노인이 올라왔다. 김형근(86) 할아버지는 “내가 열다섯 살 때 관사를 짓는 걸 봤는데 이제야 들어와 본다”며 “도지사가 잘한 일”이라고 했다.

충북지사 관사가 71년 만에 문을 활짝 열었다. 이시종 지사가 취임 직후 “도지사 관사의 역사성과 상징성 등을 고려해 도민에게 개방하겠다”고 약속한 데 따른 것이다. 이 지사는 청주시 운천동의 빌라에 전세로 살고 있다.

관사는 두 부분으로 나누어진다. 단층인 구 관사는 일제강점기인 1939년 도청에서 500m 떨어진 곳에 부지 9512㎡, 연면적 407㎡ 규모로 지어졌다. 건물이 낡자 69년 동쪽에 신관을 지었다. 새 관사가 완공된 뒤 구 관사는 주로 연회장으로 이용됐으며 2007년 문화재청은 대한민국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구 관사에는 침실 1개, 회의·만찬 겸용의 거실, 화장실, 주방 등이 있다. 땅에 지지대를 세운 뒤 바닥에서 50㎝가량 떨어져 건물을 지어 한눈에도 일본건축 양식임을 알 수 있다. 민선 4기 정우택 지사 때까지 외국 손님을 맞이하거나 시장·군수와 회의를 할 때, 만찬 행사를 할 때 사용했다. 대통령이 업무보고를 받기 위해 충북에 내려오면 도지사 부인이 대통령 부인을 이곳으로 초청, 저녁식사를 대접하곤 했다.

장권 충청북도 재산관리팀장은 “다음 달 초 관사에서 미니 공연, 미술·조소 전시회 등의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며 “유치원생들의 소풍 장소 등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주=신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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