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발전사 통합, 경제 효과 별로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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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한국전력공사의 발전 자회사를 통합해 연료를 공동 구매해도 경제효과가 별로 없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9일 “한전의 발전 자회사의 경쟁체제를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내용의 전력산업구조 정책방향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로써 지난해 초 한전의 주장으로 시작된 발전 자회사 통합 논란은 일단락됐다. 관건은 연료구입비였다. 발전사를 통합하면 구매력이 커져 유연탄을 싸게 살 수 있다는 게 한전의 논리였다. 한전 의뢰로 컨설팅을 했던 맥킨지는 통합구매로 연간 3100억~6000억원을 절약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KDI는 유연탄 시장 특성상 판매자가 덩치 큰 구매자에게 잘 휘둘리지 않는다고 결론지었다. KDI 이수일 연구위원은 “값을 깎아줘도 많이 팔 수만 있다면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지만 유연탄은 생산을 마음대로 늘릴 수 없어 박리다매가 잘 통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중국·인도 등 만만찮은 물량을 사가는 곳들이 있어 한전이 덩치만 믿고 값을 내리라고 요구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KDI는 오히려 경쟁의 효과가 더 크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발전사들은 연료비를 줄이기 위해 해외 구매처를 다양화했다. 그 결과 지난 10년간 유연탄 국제가격은 평균 302% 올랐지만 국내 발전사의 구입비용은 132% 느는 데 그쳤다.

KDI도 덩치를 키울 필요성에 대해선 인정했다. 조직 중복을 줄이고, 해외 자원 개발과 원전 수출의 효율성을 위해서다. 그래서 한전과 한국수력원자력만 통합하는 안을 대안으로 내놨다.

하지만 한수원 유치를 전제로 방사성폐기물처리장 건립을 수용한 경주에 다른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그렇지 않으면 추가 원전이나 고준위 방폐장 건립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통합 불가론에 가깝다. 또 규모를 키우기 위해 화력발전사를 3개 정도로 재편하는 것도 검토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3개나 5개나 큰 차이가 없어 비용만 더 들 뿐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KDI는 또 한전이 지분 100%를 지닌 화력발전사들을 독립시켜 경쟁을 강화하라고 주문했다. 또 한전의 전력판매 조직도 분리해 독립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공청회는 경주 시민과 한전 노조가 단상을 점거한 끝에 20분 만에 중단됐다. 김영학 지식경제부 2차관은 “더 이상 공청회를 열기는 어렵고 이해 관계자를 개별 접촉해 의견을 수렴한 뒤 9월까지 최종 결론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최현철·권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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