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10명-러시아 4명 스파이 맞교환 성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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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미국과 러시아가 스파이를 맞교환했다. 미국은 8일(현지시간) 러시아 스파이 10명을 ‘플리 바기닝(유죄 인정 조건 감형)’ 이후 추방하는 형식으로 풀어줬다. 러시아도 이날 미국·영국을 위해 스파이 활동을 한 혐의로 체포돼 수감 중이던 자국민 4명을 대통령령으로 사면했다. 양측 스파이 교환은 9일 오스트리아 빈 공항에서 이뤄졌다. AP통신 등 외신들은 “냉전 이래 최대 규모의 스파이 맞교환”이라고 전했다.

양국이 교환한 스파이 숫자가 차이 나는 것은 양측이 넘긴 정보의 질이 달랐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 체포된 러시아 스파이들은 인터넷에서 얻을 수 있는 수준의 하급 정보를 넘긴 반면 러시아가 구금했던 스파이들은 중요한 군사기밀을 빼돌렸다.

안나 채프먼 등 러시아 스파이들은 앞서 뉴욕 법원에서 자신의 유죄를 인정하고, 체포 후 구금된 날짜만큼 형을 선고받았다. 이어 즉각적인 국외 추방과 재입국 금지 명령을 받았다.

이들은 몇 시간 뒤 전세기 편으로 미국을 떠났고, 9일 빈의 슈베하트 공항에 도착했다. 이곳엔 러시아에서 도착한 비행기가 대기 중이었다. 양측은 활주로 인근에서 스파이를 교환했고, 두 대의 비행기는 1시간 30분가량 공항에 머문 후 이륙했다.

러시아가 석방한 스파이는 핵잠수함 등 군사 기밀을 빼돌린 혐의로 복역 중이던 무기 전문가 이고리 수티아긴, 정보기관 출신으로 서방에 작전 정보 등을 넘긴 세르게이 스크리팔과 알렉산더 자포로즈스키, 제나디 바실렌코다.

양국이 이날 전격적으로 스파이 맞교환에 나선 것은 최근 해빙기를 맞고 있는 양국 관계가 이 문제로 악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러시아와의 관계 ‘재설정(reset)’은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핵심 외교정책이다. 미국으로선 이란 핵개발 저지, 아프가니스탄 전쟁 수행을 위해 러시아의 협조가 필요한 상황이다.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추진 중인 러시아도 미국의 협력을 바라고 있다.

김한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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