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칼럼] 중국, 후진타오 기관차 앞에 놓인 3가지 도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15면

아시아에는 두 개의 커다란 경제 강국이 존재한다. 일본과 중국이다. 그러나 두 나라 사이에서 힘의 균형이 변하고 있다. 아주 빠르게 말이다. 올해 중국은 국내총생산(GDP)에서 일본을 앞지를 것이다. 중국의 족적(足跡)은 아시아를 가로질러 세계 구석구석으로 빠르게 번지고 있다.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들은 2008년 미국 투자은행인 리먼브러더스가 무너지면서 찾아온 경기후퇴에서 회복하고 있다. 중국 경제는 지난해 8.7% 성장했다. 올 들어선 2분기 동안 10%를 기록했을 정도다. 한국이나 싱가포르 같은 이웃 나라도 쾌속으로 살아나고 있다.

여기서 유일한 예외가 바로 일본이다. 정치적 리더십이 모자라고, 각료들의 경제지식이 달려서 경제를 망치고 있다. ‘리먼 쇼크’를 헤치고 순항하는 중국에선 세 가지 중요한 변화가 예상되는데, 아시아와 지구촌 전체에 중요한 지정학적 함의(含意)를 던진다.

첫 번째 변화는 중국 경제가 성장하는 방식이다. 지금까진 노동력과 자본·에너지 투입을 급속하게 늘려서 성장을 이뤘다. 그러나 이젠 경제 성장의 3분의 1이 ‘기술 진보’와 총체적인 생산성 향상을 통해 달성된다. 쉽게 말해 중국이 선진국과 닮은꼴이 돼 간다는 소리다.

둘째는 위안화 가치의 변화다. 몇 년 안에 위안화 가치가 상당히 올라갈 것이다. 중국이 누리는 거대한 무역 흑자에 대해 각국의 압력이 높아진 탓도 있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수출에 끼치는 악영향을 감수하고라도 인플레이션과 싸우기 위해 ‘강력한 위안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당국이 위안화 상승을 얼마나 용인할 것이냐다. 2003~2005년에 위안화 가치는 20% 올랐다. 지금의 성장 속도가 유지되고 위안화 가치가 꾸준히 높아질 경우 이르면 2015년께 중국은 GDP에서 미국을 추월할 수 있다.

이때 중국은 극적으로 세 번째 변화를 맞을 것이다. 오랫동안 유지해 온 ‘1자녀 정책’의 효과로 인구 구성이 바뀌는 거다. 현재 중국의 출산율은 1.5명으로 추정되는데 2010년대 중반엔 ‘노동 인구’가 줄기 시작할 것이다. 이러면 경제 성장이 주춤할 수 있고, 빈부 격차 같은 내부 문제가 곪아터질 수 있다. 이를 다스릴 정치적 리더십이 더욱 중요해진다는 소리다.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은 2013년 물러날 것으로 보이지만, 권력 승계 작업이 완전히 끝나는 2015년까진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직을 유지할 것이다. 다가오는 중국의 리더십 이양은 세계 각국에도 아주 ‘중요한 도전’이 될 수밖에 없다.

일본은 여전히 악전고투하고 있다. 경제위기에 빠진 그리스 꼴이 안 되려면 강력한 정치적 리더십이 절실히 요구된다. 그러나 하토야마 유키오 총리의 사임으로 불확실성은 더 커졌다. 민주당이 이끌었던 하토야마 내각은 2009년 9월 출범 이후 거시경제 관리를 등한시했다. 대신 농민 보조금을 포함해 정부의 돈 씀씀이를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그 결과 정부 지출에 대한 세금 수입의 비중이 50% 아래로 내려갔다. 전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물론 일본 국채 시장은 아직까지 건재하다. 국채를 쥐고 있는 투자자들이 국내 기관과 가계이기 때문에 자본이 외국으로 빠져나갈 위험은 작다. 그러나 이런 상황이 바뀌고 있다. 먼저 국채 시장이 너무 커졌다. 일본 가계의 순자산은 1100조 엔(약 1경5000조원)인데 3~5년 뒤엔 국채 시장의 규모가 이를 따라잡을 것으로 보인다. 즉 정부가 발행한 국채를 더 이상 국민들 자산으로 떠받치고 소화할 수 없다는 얘기다. 늙어가는 일본 사회를 생각하면 가계 자산은 갈수록 극심하게 줄 것이다. 강력한 정치적 리더십 아래 포괄적 개혁이 이뤄지지 않으면 세금 올리는 것만으론 일본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일본이 재정위기에 빠지면 세계 경제는 그리스 사태 때와는 비교가 안 될 파국을 맞을 것이다.

중국의 성장이 이웃 나라들을 돕고 있으며, 중국의 중상주의가 아시아에 번지고 있다. 다른 아시아 국가들은 생존을 위해 중국식 수출지향적 경제와 비슷한 정책을 펴고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때로 자유무역을 해치는 일이 생길 수도 있고, 각국 정부들은 자원 배분을 왜곡하지 않기 위해 조심해야 한다. 사실 이는 아시아에만 관계된 문제가 아니다. 아시아는 지금 세계 경제가 성장하는 데 핵심 축이 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국과 일본 정부의 책임감 있는 경제 정책을 기대하는 눈길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Project Syndicate

다케나카 헤이조 일본 전 경제재정상·총무상/게이오대 글로벌안보연구소장

ADVERTISEMENT
ADVERTISEMENT